“저무는 남초시대”…증권사 성평등에 ESG 청진기

“저무는 남초시대”…증권사 성평등에 ESG 청진기

기사승인 2021-10-29 06:15:02
그래픽= 이해영 디자이너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부족한 점이 많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상위 등급에 명함도 못 내밀었던 증권사들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ESG 포장지를 뒤집어썼던 과거와 달리 내실 다지기에도 주력하는 양상이다. 특히 비재무적 측면 중 가장 많이 지적받아온 성평등 문제를 개선해나가고 있는 증권사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4곳이 올해 ESG 통합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대신증권과 삼성증권, 현대차증권, NH투자증권 등이다. 특히 현대차증권은 증권업계에서 유일하게 2년 연속 ESG 통합 A등급을 받았다.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ESG 상위등급에 증권사가 거의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수년 사이 큰 변화가 있던 셈이다.

ESG 평가는 7등급(S, A+, A, B+, B, C, D)으로 나눠서 이뤄진다. A 이상부터 우수한 상태로 평가되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여지가 적은 회사로 분류된다. 분야별 평가 항목에서 전반적으로 우수한 점수를 받아야 A 이상의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증권사 성평등, 갈길 멀지만 ESG가 개선 촉발

증권사들의 ESG 경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특히 사회 등급 부문에서의 약진이 엿보인다. 사회 부분은 지배구조 영역과 함께 양성평등을 위한 노력 평가가 반영되는 분야다. 올해는 5개 증권사가 해당 부문에서 A+등급을 받았다. 전년도에도 A+를 받은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현대차증권, NH투자증권에 이어 올해에는 대신증권도 A+등급으로 올라섰다.

이들 회사는 성평등 평가와 관련되는 항목에서도 동종업종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증권업계의 성평등 문제는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ESG가 개선 의지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ESG평가 항목에 성평등 관련 지표를 따로 분류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증권사들이 높은 등급을 유지하거나, 상향하기 위해서는 더 노력을 기울일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배구조연구원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ESG 경영 붐이 일면서, 증권사들이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를 하다 보니 투자할 회사의 ESG 상태를 점검하고 판단하게 된다. ESG 맞춤 정도가 리스크 관리와 연결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투자하는 회사들을 관리하는 기준을 자사에도 적용하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제까지는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만 개선하고, 아닌 부분은 두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고칠 영역을 골고루 넓혀가는 추세가 보인다. 그동안 자기 회사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고치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미래에셋·현대차·NH투자증권, 성평등 개선 노력 돋보여

사회 부문에서 A+를 받은 증권사들은 최근 사내에서 성평등을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증권업계는 기본적으로 근무환경과 조건이 남성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짜여진 경향이 강하지만, ESG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증권사들은 선제적으로 개선해나가는 모습이 눈에 띈다.

현대차증권은 여성가족부가 증권업계에서 유일하게 ‘가족 친화 인증 기업’으로 선정한 기업이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 행위 여부, 자녀 출산, 양육 지원, 유연 근무제 활용 등에 대한 정량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근로자 지원 영역에서도 (성평등) 개선 노력을 하고 있고, 이밖에 남녀 직원 구성비와 여성 관리자 비율도 올리면서 다양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여성 근로자 임금·정규직 여성 근로자 고용 비중 면에서 타사대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이 여성 친화적인 문화 조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 내 여성 임원은 지난해 말 기준 총 39명(총 12.7%)를 차지한다. 최 부회장은 지난 5월 여성의 사회 참여와 지위 향상에 이바지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전문직여성한국연맹(BPW KOREA)이 수여하는 상을 받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남성이 다수인 증권업계에서 여직원들이 위축되지 않을 장치를 제도적으로 다양하게 마련해놨다. 증권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난임휴직제도를 최대 6개월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 임신 시술 휴가제도와 임신 직원을 위한 맘카페를 별도로 운영한다. 기본적으로 출산휴가와 유급 보건휴가도 적극 사용 지원한다.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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