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한앤코 손 들어줬다…남양유업 지분 줄다리기, 승세 기우나?

法, 한앤코 손 들어줬다…남양유업 지분 줄다리기, 승세 기우나?

법원 “홍원식 회장, 29일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 못 해”
홍원식 회장 측 “본안 소송에서는 승산 있다 판단”
한앤코 “주식 양도 의무 확인돼…홍 회장, 매매계약 이행해야”
남양유업, 주주총회서 新 이사 선임 부결 가능성 높아

기사승인 2021-10-28 17:13:18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남양유업 본사 사옥 전경. 사진=쿠키뉴스DB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남양유업 창업주 홍원식 회장이 대주주 지분 매각 계약을 맺었다 파기 수순을 밟고 있다. 지분을 매수하기로 한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비밀유지 의무 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한앤코는 계약 의무를 위반한 적이 없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양측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최근에는 법원이 한앤코 손을 들어주면서 승세가 기우는 분위기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앤코가 홍 회장을 상대로 제기했던 최대주주(홍원식외 2인)에 대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을 지난 27일 법원에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홍 회장 등이 29일 주주총회에서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며 이를 어기고 의결권을 행사하면 100억원을 한앤컴퍼니에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같은 법원 판단에 홍 회장 측은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홍 회장의 법률대리인 LKB는 “이번 건은 임시적인 가처분 결정 내용에 불과한 가운데 계약 유효성 여부는 본안 소송에서 정확히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며 “매도인측 입장에서 수용하기 힘든 판단으로 급박하게 결정되는 가처분이기 때문에 한앤컴 입장만 전달된 것 같다. 여전히 계약 해제는 유효하다는 입장이며 실제 본안 소송에서는 매도인측 주장을 들어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한앤컴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 회사는 이번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새로운 이사 선임과 이사회 재편 등을 추진하고자 했으나 한앤컴의 의결권 행사 금지로 인해 이러한 계획을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며 “한앤컴의 이러한 행위는 남양유업의 경영 안정화를 방해하는 처사로 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앤코 주식매매계약 이행을 촉구했다. 이날 당사는 “법원에서 이번 결정을 통해 주식매매계약이 유효하고, 홍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에 따라 한앤컴퍼니에게 남양유업 주식을 양도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한앤컴퍼니는 이러한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법원의 명확한 판단이 나온만큼 홍회장 측은 이제라도 신속히 법원의 결정과 주식매매계약의 취지에 따라 주식매매계약을 즉시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오는 29일 열릴 주주총회 안건에 오른 ‘신규이사 선임 건’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홍 회장 일가는 남양유업에 대한 지분 53.08%를 보유 중인데, 주주총회에서 이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의 나머지 지분(46.92%)을 가진 주주가 주총에서 홍 회장 측에 찬성할 가능성도 낮다는 게 업계 지배적인 시각이다.

다만 이사회를 재편할 방법은 있다. 현 이사회 구성원 중 최대 3명이 사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 남양유업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구성은 3명 이상을 충족하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 남양유업 이사회는 홍 회장을 포함해 지송죽, 이광범, 홍진석, 양동훈, 이상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송죽씨는 홍 회장의 모친이며, 홍진석씨는 홍 회장의 장남이다. 홍 회장은 가족에게도 남양유업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한 바 있어, 이사회 구성원 수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남양유업을 둘러 싼 매각 잡음은 오랜 시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자본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아계약 후 못 팔겠다는 양도인과 꼭 사야겠다는 양수인간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며 “공방은 최소 1년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더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재심 때문이다. 최 명예교수는 사건이 대법원까지 간다고 본다면 최대 3년 이상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남양유업 논란은 지난 4월13일 불거졌다. 남양유업은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을 열고 불가리스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불가리스가 ‘인플루엔자’(H1N1)를 99.999%까지 사멸, 코로나19 바이러스 77.8% 저감 효과를 냈다는 게 발표의 주요 골자였다.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 이광범 전 대표이사, 박종수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 본부장급 2명 등 총 4명을 불구속 송치됐다. 서울경찰청은 “불가리스가 감기·코로나19 등 질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박 소장에 대해서는 과장 광고 혐의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불가리스 논란이 거세지자 홍 회장 일가는 5월27일 한앤코에 지분 53.08%를 3107억2916만원에 매각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종결일은 7월30일 오전 10시로 홍 회장은 오전 9시 회사 매각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홍 회장은 거래 종결 당일 준비가 필요하다며 주주총회를 지난달 14일로 연기하고 나타나지 않았다.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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