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경] 시장조성자와 주가조작 논란

[알경] 시장조성자와 주가조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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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1-10-29 06:35:01
쿠키뉴스 DB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시장조성자 역할을 담당하는 증권사들이 잠정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시장 교란 혐의를 받아 대거 과징금 처분을 받자 시장조성 의무를 맡지 않겠다는 겁니다. 적법한 행위를 오인했다는 건데요. 금융감독원은 시장조성자들이 주가조작성(시세조종) 주문 행위를 했다고 보고있습니다. 이같은 논란은 국내 시장에 시장조성자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시장조성자들의 역할은 무엇이고, 감독기관이 어떤 측면에서 시장교란행위로 판단한 것인지 쟁점을 짚어보겠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시장조성자의 역할은

시장조성자 제도는 지난 2015년부터 도입됐습니다. 증권사들이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시장조성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유동성이 부족한 종목에 매매 호가를 제시해 투자자들의 매매 거래가 원활하게 체결되게 해주는 역할입니다.

주식 거래 체결의 핵심은 유동성입니다. 팔거나 사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적정한 수요공급이 맞춰지지 않으면 체결이 안 되죠. 시장조성자들은 현 주가보다 조금 더 높거나 낮은 가격에 주문을 내서 거래 체결을 돕습니다.

예를 들어 A회사 주식을 주당 1만5000원에 팔고싶은 투자자 B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시장 희망가와 맞지 않으면 체결이 안 됩니다. 이때 시장조성자들은 1만4500원 정도에 매수 주문을 내죠. B가 희망가를 소폭 조정하면 매매 체결이 가능해집니다. A회사 주식을 사고싶어하는 투자자가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수 희망가보다 돈을 조금 더 얹어서라도 지금 주식을 사고 싶은 이들에게 시장조성자가 물량을 공급합니다.

이같은 시장조성자의 매매 호가 제출이 없으면 유동성이 낮은 종목들은 거래 체결이 어려워집니다. 매매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더 비싼 가격이나 훨씬 싼 가격에 매매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죠.

시세조종 논란 왜…금감원 "비정상적 호가 제시" vs 증권사 "적법한 역할 수행"

금융감독원은 시장조성자들의 주문 형태에 이상징후가 발견됐다고 봤습니다. 일부 시장조성자들의 호가 제시 과정에서 정정이나 취소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는 겁니다. 시장조성자 기능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호가제시로 시세를 교란한 정황이 있다고 본 건데요.

금감원은 이같은 정황에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중 시장질서 교란 금지 조항을 어겼다고 봤습니다. 자본시장법 제178조의 2에 따르면 거래 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대량으로 제출하거나 호가를 제출한 후 해당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취소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다면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과징금 대상이 됩니다.

현재 금감원의 이번 과징금 부과 건에 대해 재검토를 거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의 거센 반발에 이어, 이달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유동성 황보를 위한 시장조성자 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 영향입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시세조종 공방은 금융당국에 불리하게 끝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시장조성자들이 의무를 지고 역할을 한다 해도, 계속해서 매수만 하거나 매도만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증권사가 보유한 적정재고 유지에 문제가 생길수 있기 때문이죠. 이때 어느 정도의 호가 조정이 필요한데, 금감원이 이걸 시세조종으로 봤다는 겁니다. 순수한 가격 조정만 있었을리 없다는 거죠. 의도적인 가격 조정이 조금도 없었을 것이라 장담하긴 어렵지만, 시장조성자의 가격조정 시도에 시세조종 규제를 씌우기 시작하면 정상적인 시장 조성 기능이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입니다. 결국은 금감원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지는 못할 거라는 분석이죠.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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