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 1998)‘과 스팸메일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 1998)‘과 스팸메일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1-11-04 11:32:17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필자의 고향 대전(大田)의 원동(元洞)에는 과거에는 시내의 명물로써 헌책방이 번성했지만, 지금은 몇 곳만 남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도 20대 초반부터 이곳의 단골고객이었다. 그곳에서 구입한 절판된 서적을 비롯한 많은 책들이 지금도 필자의 서가를 장식하고 있다. 이런 정감어린 서점을 대상으로 한 영화로 에른스트 루비치(1892~1947) 감독, 제임스 스튜어트(1908~1997)와 마가렛 설리번(1909~1960)이 주연한 <모퉁이 서점(The Shop around the Corner, 1940)>이 있다.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 1998)>은 이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마을의 오래된 명소인 조그만 아동전문서점 주인 케슬린 켈리(맥 라이언)와 초대형 체인서점 사장 조 폭스(톰 행크스)의 갈등과 사랑을 그린 영화이다. 원작에서는 같은 가게에서 일하는 두 사람이 서로가 편지의 상대방인줄 모르면서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반면에, 이 영화에서는 ‘유브 갓 메일’라는 제목 그대로 편지가 이메일로 대체되었으며, “당신 앞으로 메일이 왔다”는 뜻의 영화 제목은 당시 미국 최대 PC 통신사인 AOL(아메리카 온라인)에 처음 접속할 때 나오는 음성메시지다.

케슬린의 서점은 비록 작지만 그 동네의 명소이자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 캐슬린의 어릴 적 추억이 담긴 곳이다. 그러나 대형서점에 의해 문을 닫는다. ‘사람들은 항상 변화는 좋은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 말의 뜻은 원치 않는 일이 일어났음을 뜻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여기지만 상처받았다는 것은 진실이다.’ 어려울 때마다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좋은 친구가 되었던 사람이 무자비한 공룡 폭스문고의 사장이 조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둘은 변함이 없이 사랑을 한다.

이 영화는 뉴욕 사람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스타벅스’, 대형서점과 명소와도 같은 조그만 서점의 갈등, 그리고 사랑의 매개가 되는 ‘이메일’ 등을 소재로 전개된다. 필자는 이 중 사랑의 매개체가 된 메일 대신 역설적으로 스팸메일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았다. 정보시대의 총아인 이메일 중에서 스팸메일만 제거하면, 말 그대로 받고 싶은 메일만 남지 않을까 해서다.


최근 급속한 정보화와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은 우리의 필수 생활수단이 되었으며, 일상생활에 편리성과 함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이 영화에서도 이메일은 두 사람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의 ‘익명성과 비대면성, 시간과 공간의 비한정성, 정보의 집약성,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자동성과 광범위성, 범죄 확정의 어려움’이라는 특성 때문에, 각종 범죄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인터넷에서 자신의 ID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광고성 메일을 스팸메일(Spam Mail)이라 하며, 쓰레기와 같다는 의미로 ‘정크메일’(Junk Mail) 또는 ‘광고메일’로도 불리고 있다. 스팸이란 고기 통조림의 상표인데, 통조림처럼 불특정다수에게 마구 배포된다는 의미에서 따온 말이다.

입으로 하는 말은 아무리 능변이라도 속에 품고 있는 마음의 30%밖에 나타내지 못한다고 한다. 이에 비해 글로는 깊은 말이나 감정을 80% 이상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형식적인 전화 한 마디 보다 편지 한통 받는 것이 정감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워싱턴시 우체국의 정문에는 ‘편지’에 대해 “그대는 연민과 사랑의 사신이며,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들의 참된 종입니다. 그대는 외로운 사람의 위로자, 흩어져 있는 가족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고, 함께 나누는 삶을 보다 풍부하게 해줍니다.”(국민일보, “겨자씨-편지 예찬”, 1997.12.30.)라고 써있다고 한다.

“하얀 것은 종이이고 검정 것은 글씨인데요. / 글씨 사이사이의 흰 여백에 나타난 제 반가움을 읽어보세요.”라던 K양의 편지가 생각나는 오늘…. ‘해악과 풍자의 대가’ 버나드 쇼는 평생 하루 평균 10통, 25,000여 통의 편지를 썼다고 하는데, 나도 오랜 친구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내야겠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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