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곽두팔’…안전하게 살고 싶은 1인 가구 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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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인가구 급증…333만9000가구
여성 주거침임 범죄 피해 5년간 61.6% 증가

기사승인 2021-11-05 06:00:18
쿠키뉴스 DB.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신민경 인턴기자 = #혼자 살고 있는 대학생 김모(25‧여)씨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10자리로 길게 설정했다. 현관에는 남성용 신발을 비치했다. 여성이 혼자 살고 있지 않은 듯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살겠다”며 “혹시나 범죄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1인가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많은 청년이 학업·일자리를 찾아 ‘홀로서기’ 중이다. 여성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1인가구는 333만9000가구에 달한다. 지난 2010년에 비해 1.5배 증가했다. 

문제는 이들을 표적으로 삼은 범죄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여성 주거침입 범죄 피해는 지난 2016년 6034건에서 지난해 9751건으로 5년간 61.6% 증가했다. 아늑한 보금자리인 ‘집’에서조차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혼자 사는 여성들의 공포도 커졌다.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 문모(24·여)씨는 “항상 누군가 나를 해칠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며 “주차장과 가까운 1층 집에 산다. 아무런 보안시설 없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데 ‘열쇠로 문을 열 수 있다는 걸 누가 알면 어떡하나’라는 불안함이 가시질 않는다”고 털어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역시 관련 고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부 여성들은 ‘곽두팔’, ‘육만춘’ 등 거친 느낌을 주는 가명을 빌려 택배를 주문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외부인에게 거주자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함이다. 혹시 모를 범죄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불안감과 함께 주거비 부담도 늘었다. 국토교통부의 ‘2018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1인가구의 연령대별, 성별 주거비 부담 수준은 남성 1인가구에 비해 높다. 안전한 주거지 확보를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탓이다. 범죄 노출에 대한 걱정을 덜기 위한 ‘안전 비용’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1인가구 관련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만 호응은 크지 않다. 일부 지자체는 문 미러 시트·지문방지 도어락 필름·개인정보 유출방지 스탬프·미니소화기가 담긴 ‘안심키트’를 제공하고 있다. 1인 가구 도어지킴이 CCTV와 여성안심 택배보관함도 확충했다. 그러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유모(25·여)씨는 “지자체에서 주는 여성 1인가구 안심키트가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안심 키트에 포함된 박스 스탬프는 별로 쓸 일이 없다. 문에 붙이는 거울 반사지는 자기 소유의 집이 아니면 붙일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정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진짜 여성 1인가구의 문제는 방범창만 달아주면 해결될 것처럼 전부 방범·치안 문제로만 환원하는 점”이라며 “안전한 주거는 불평등의 문제다. 소득수준이 높으면 좋은 집에서 살 수 있고, 좋은 집은 안전할 가능성이 높다. 여성의 경제활동을 도와 소득 수준을 높이는 게 선 과제”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해당 문제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최기상 의원실 측은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관련 문제를 언급할 계획”이라며 “경찰 인원 재배치 등 실질적인 주거 안전 대책을 구상 중이다”라고 밝혔다.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신민경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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