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화섭 안산시장의 양근서 전 안산도시공사 사장의 해임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정치적 필요나 이해관계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임기가 남아 있는 산하 지방공기업 사장을 억지로 찍어내려는 행태에 제동이 걸렸다.
수원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정덕수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양근서 전 안산도시공사 사장이 안산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무효소송에서 "안산시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양 사장을 해임 처분한 것은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는 위법으로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우선 윤 시장이 양 사장을 해임 처분한 근거가 지방공기업법의 해임 규정(△경영성과 등에서 하위평가를 받은 경우 △정부의 경영개선 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은 경우 △업무수행 중 관계법령을 중대하고 명백하게 위반한 경우)이 아니라 안산도시공사 정관이 명백하다고 봤다.
그런데 공사 정관에는 사장의 징계에 관한 근거규정이나 인사위원회에 공사 사장에 대한 징계의결권을 부여하는 근거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이 사건 처분의 근거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인사위원회에 공사 사장에 대한 징계의결권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는 공사 인사규정과 인사위원회의 징계의결을 토대로 해임처분돼 이 사건 처분은 그 하자가 명백해 무효이고 원고의 임기가 만료돼 사장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할 수 없다 하더라도 해임처분일부터 임기만료일까지 기간의 보수를 지급하는 등 여전히 해임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이와 같은 절차상 위법으로 해임처분이 무효인 이상 원고의 실체상 위법 주장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 시장은 지난해 안산도시공사에 대한 특정감사를 벌여 양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 처분을 한 데 이어 사장 해임은 자체 인사위원회에서 처리하라고 한 뒤, 공사 인사위원회의 해임의결을 보고받자마자 12월 30일자로 양 사장을 해임했다.
이 당시 양 사장의 해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 때문으로 관측했다. 재선을 노리는 윤 시장이 차기 시장 선거에 나올 수 있는 양 사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12월 1일 은수미 성남시장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대한 감사를 벌인 뒤 공사 이사회의 사장에 대한 해임의결을 토대로 윤정수 사장을 해임했다가 해임무효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양근서 전 사장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산하기관장이나 공사의 사장을 임기중에 위법 부당하게 찍어내기하는 관행에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건 의미로 받아들인다"며 "지방공기업의 경영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임기동안 책임경영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산시 관계자는 "아직 판결문을 받지 못했다"면서 "확인 후 법무부의 의견을 받아 종합적 판단 하에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안산=박진영 기자 bigm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