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살린 유상증자 배임일까'···바삐 돌아가는 법원 시계

'기업살린 유상증자 배임일까'···바삐 돌아가는 법원 시계

'조대식 배임 공판' 사실상 마무리 내년 초 선고에 무게
유상증자 과정 두고 3개월간 13차례 공방...증인만 34명

기사승인 2021-11-12 14:49:51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윤은식 기자 

SKC가 참여한 SK텔레시스 유상증자의 배임 여부를 두고 열렸던 법정 공방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 기소 단계부터 재계와 법조계 일각으로부터 성공한 유상증자를 배임으로 본 것은 무리한 기소라고 비난을 받았던 이번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을 할지 이목이 쏠린다. 코로나19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으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기업들의 유상증자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상증자에 나선 상장사는 모두 231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140개사) 대비 65%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17조3953억원으로 지난해(3조8765억원)보다 348.7% 급증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재판장 유영근)는 전날(11일) 최신원 SK네트웍스 전(前) 회장과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의 병합사건 증인신문을 마쳤다. 이번 증인신문을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다음 달 16일 변론을 종결하고 내년 1월 중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공판인 이달 18일부터 12월 중순까지는 횡령 등 최신원 회장 단독 사건이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재판부는 12월 변론을 종결하고 법원 인사 전인 1월 말까지는 선고하겠다는 목표를 밝혀왔다. 이날 병합사건 심리가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1월 내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검찰은 최 전 회장과 조 의장을 각각 올해 3월과 5월 기소하고 지난 8월 두 사건을 병합해, 이달 11일까지 3개월간 13회에 걸쳐 총 증인 34명을 소환해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증인신문을 통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검찰은 SK텔레시스가 새롭게 시도한 단말기 제조사업 실패로 2012년경에는 자본잠식 등 부실이 심각해 SKC의 유상증자는 손해라고 주장했고, 변호인 측은 본업인 통신분야의 수익구조는 안정적이어서 유상증자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업모델 혁신 등을 통해 살아날 가능성이 있었다고 맞섰다.

유상증자 이후 경영성과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간의 평가도 대립했다. 검찰은 유상증자 당시 세운 경영정상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지난해 적자인 점을 부각했다. 변호인 측은 유상증자 직후 3년 동안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최근 적자는 시장 상황의 변화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유상증자 과정의 위법성에 대해서도 검찰과 변호인은 서로 물러서지 않았다. 검찰은 그룹 차원의 유증 결정이 내려진 이후 압박감을 느낀 이사들이 허위 부실한 자료를 받고 이를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들은 이사회가 충분히 검토해 자율적으로 결정했다는 증인들의 진술을 부각했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최신원 회장의 경영 퇴진과 지분 포기를 요구했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양측은 유상증자를 앞두고 실시된 경영진단의 적절성을 두고도 긴 공방을 벌였고, 검찰은 일부 공소사실을 변경하기도 했다.

2012년 SK그룹에서 감사업무를 담당하던 조 의장 등이 SKC 이사회의 경영진단 요구를 받았음에도 실시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이후 관련 자료가 나오자 약식 재무 실사를 했다고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너무 지엽적인 문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여러 차례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전 회장과,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재판의 방청권을 얻기위해 이른 새벽부터 취재진 등이 줄 서 있는 모습.   사진=윤은식 기자

11일 증인신문에서도 양측은 2015년 SK텔레시스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 구성과 운영 과정에 대한 공방을 이어갔다. 검찰은 조 의장을 리딩 그룹(leading group)으로 올린 TF 조직도를 제시했으나, 변호인은 실무적으로 만든 여러 안 중 하나였으며 실제로 그대로 운영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번 재판을 두고 애초부터 유상증자에 대한 기소 자체가 다소 무리였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SK텔레시스는 유상 증자 다음 해부터 흑자 전환했고, 구조조정을 통해 올해 6월 통신사업 부문을 789억원에 매각했다 이는 2015년 유상증자 금액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유상증자가 임직원 고용 유지, 협력업체 피해 방지 등에 기여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또 성공적인 경영 판단임에도 법적으로 보호 받지 못하고 처벌의 대상이 된다면 경영자의 경영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재계 등 일각은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2004년 7월 22일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경영자가 개인적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로 기업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으로 신중히 결정을 내렸다 해도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런 경우까지 업무상배임죄를 묻는 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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