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층간소음 갈등으로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남성이 구속된 가운데 체포 과정에서 여성 경찰이 자리를 떠났다는 피해자 측 주장이 나와 여경 무용론이 다시 불거졌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민을 지키지 못하는 여경이 도대체 왜 필요하냐" "시민에게 여경이 아닌 경찰이 필요하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1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층간소음 사건이 빠르게 확산하며 '여경 무용론'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사건은 지난 15일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벌어졌다. SBS에 따르면 윗집에 사는 A씨가 아래층에 사는 B씨 가족을 찾아 소란을 피운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관 2명 중 1명은 B씨가 빌라 1층에서 대화를 나눴고 다른 한 명은 B씨의 아내, 딸과 빌라 3층에 있었다.
이때 4층으로 분리 조치됐던 A씨가 다시 B씨 가족에게 나타나 흉기를 휘둘렀고 B씨 가족과 있던 여경은 지원 요청을 이유로 현장을 벗어나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결국 A씨의 흉기에 B씨 아내는 목 부위를 다쳐 의식을 잃었고 딸도 부상을 입었다. B씨 가족은 경찰관이 범행 현장을 벗어난 탓에 피해가 커졌다며 경찰 대응에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됐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범인이 현장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상황에서 제압은커녕 피해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경에 대한 논쟁은 온라인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왔지만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누리꾼들은 '여혐(여성 혐오)'가 아닌 치안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한 누리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태에 빠져있을 (피해)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세금으로 유지되는 국민들의 치안을 엉터리 체력시험, 엉터리 여경 할당 채용 등 정치 논리로 이렇게 만든 정치권과 경찰청장은 책임지고 입장 발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우리는 여경이 아니라 경찰을 원한다" "피해자는 급박한 상황인데 지원 요청은 휴대폰이나 무전으로 하고 현장 제압부터 했어야 했다" "치안을 담당하면 남녀를 떠나서 용기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 "흉기 든 현행범을 피해자와 두고 도망이라니" "불 무서워서 도망가는 소방관이 상상이 되나" 등 비판이 쏟아졌다.
경찰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경찰청으로 소속이 공개된 누리꾼들은 블라인드에 "이거 잠잠해지면 여경 혼란스럽다고 내근으로 옮겨주고 징계는 전혀 없을 듯" "보너스 휴가 추가" '본청이 어떻게 기상천외한 실드 치는지 두고 보자" 등 비꼬는 반응을 내놓았다.
여경 무용론은 여러 차례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지난 2일 경기도 양평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에서도 여경이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양손에 흉기를 들고 지인을 위협하던 중국 국적의 남성 C씨는 경찰이 쏜 실탄에 맞고 제압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삼단봉과 테이저건으로 제압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실탄 4발로 체포할 수 있었다.
경찰청으로 소속이 공개된 한 누리꾼은 블라인드에 해당 영상을 공유하고 "같은 직원이지만 참 낯부끄럽다. 등을 보이고 내빼는 경찰이란"이라며 "아무리 (피의자가) 칼을 들었어도 (경찰이) 등을 보이고 소리지르며 도망가나. 난 이런 동료와는 현장에 못 나갈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판단 아래 총기 사용이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흉기난동과 같은 사건에선 여경뿐만 아니라 남경 역시 위험한 상황이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소속 누리꾼들의 블라인드 글을 살펴보면 양평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해 "(총 쏜) 경찰은 지금쯤이면 후회하겠지" "저 모습을 본 국민들은 '사이다' '잘했다' 하겠지만 뒤에 일어날 절차 들을 생각하니 눈앞이 아득해진다" 등 총기 사용에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성과 남성의 신체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성차별"이라며 "국민 안전보다 할당제가 더 중요한가. 여경을 많이 뽑을 것이라면 총이라도 쓰게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경찰청 소속 누리꾼도 블라인드에 "짧은 삼단봉 들고 흉기를 든 범인과 어떻게 접근해서 싸우나"라며 "총기 사용은 사실상 무용지물인 상황에서 흉기 든 범인을 상대할 땐 현장 경찰관들의 안전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장거리 제압 무기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소속으로 공개된 누리꾼 D씨는 지난 8일 블라인드에 "출동할 때면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하지만 부모님과 아내, 자녀 등 가족 생각이 나는 것도 사실"이라며 본인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A씨는 "칼을 들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삼단봉을 앞으로 내민 채 특수부대 작전 수행하는 것처럼 들어가는데 칼 든 피혐의자와 눈이 마주쳤다. 언제 달려들지 모를 불안감은 지울 수 없었지만 도망갈 수도 없었다. 내 뒤에 있는 동료들과 경찰을 믿어주는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경찰이 현장에서 총을 쓰지 않는 것을 두고 "경찰관 꼴이 우습다 얘기들 하는데 우리라고 총 쏘는 법을 몰라 쏘지 않는 것일까"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