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 나눔 프로젝트 '마을냉장고', 복지안전망 구축하다

광명시 나눔 프로젝트 '마을냉장고', 복지안전망 구축하다

기사승인 2021-11-23 11:41:10
코로나19 위기상황 속에서 인간의 기본권인 먹거리를 보장하기 위해 발굴한 경기도 광명시 '마을냉장고'가 지역사회의 촘촘한 복지안전망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마을냉장고는 일종의 '공유' 냉장고다. 말 그대로 냉장고를 함께 소유한다는 뜻이다.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물들은 모두 광명시민들 소유다. 시민들은 이 냉장고를 통해 서로에 대한 관심과 온정을 전한다. 냉장고는 시민들끼리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소통 수단이다.

광명마을냉장고 발대식(2021. 6.29)

◆ 복지안전망으로 자리잡은 '광명마을냉장고'

광명시는 지난 6월 마을공동체 나눔프로젝트의 하나로 '광명마을냉장고' 사업을 시작했다. 광명마을냉장고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고 기부하며 주민들이 공유한다. 나눔문화 확산과 마을공동체 회복, 복지안전망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지난 2018년 7월 취임사에서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청년과 노인, 건강한 이들과 아프고 힘든 이들 모두가 광명의 너른 품 안에서 함께 공존하고 공생할 수 있는 도시와 지방정부를 만들기 위해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3년 후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박 시장은 냉장고를 통해 공존하고 공생하는 또 하나의 도시 문화를 만들어 냈다. 

광명마을냉장고는 독일에서 시작된 거리 냉장고를 모태로 한다. 지난 2012년 음식물을 개인끼리 나누기 위해 독일은 집 안의 냉장고를 거리로 내보냈다. 물론 이 안에는 당근, 양배추, 감자, 빵, 버터 등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음식물들이 필요한 사람은 이 냉장고에서 원하는 만큼 무료로 가져갔다. 누구도 이를 막거나 눈치를 주지 않았다.

이 거리 냉장고는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지금은 세계 240여 개국에서 '나눔', '착한', '공짜', '공유' 등의 이름으로, 한편으론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빈곤층을 위한 구제 목적으로, 또 다른 한편으론 음식물 쓰레기 절감 수단으로 활용된다. 우리나라 역시 어려움을 겪는 이웃과 온정을 나누기 위해 이 냉장고를 지난 2016년부터 도입하기 시작했다. 

한 시민이 마을냉장고를 이용하고 있다.

◆ 음식 공유하며 환경과 온정을 살리는 '마을냉장고'

지난해 10월 광명시는 '마을냉장고'를 처음 설치했다. 소하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비대면 복지사업으로 시작했다. 주민 누구나 자발적으로 기부하고 이용했다. 운영한지 4개월 만에 1200여 명의 주민이 이용했고, 280명에 달하는 주민이 물품을 전달해 공유경제 활성화와 돌봄 사각지대 감소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렇게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마을냉장고는 민관협력사업으로 발전해 1년 만에 7개로 늘어났다. 그리고 오는 12월 광명7동 행정복지센터에 1개의 냉장고가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현재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희망나기운동본부, NH농협은행 광명지부, 광명시슈퍼마켓협동조합, 시립광명푸드뱅크·마켓, ㈜하이앤택, 광명시여성단체협의회 등이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 8월 마을냉장고를 이용한 택배종사자 김모씨는 "무더운 여름철에 목이 말라 있던 참에 마을냉장고에 시원한 생수가 있어 갈증을 해소했다"며, "저도 이 냉장고에 다음엔 꼭 한가지씩이라도 기부하겠다"며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광명마을냉장고는 이웃과의 음식공유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여 환경을 지키고 이웃과 정을 나누는 마을공동체 프로젝트다. 24시간 운영되며, 지역주민 누구나 음식물을 넣거나 가져갈 수 있다. 모두가 주인이며 공동 관리자다.

◆ 철저한 위생관리로 이웃의 건강도 지키고 신뢰도 쌓고

광명마을냉장고는 비예산 사업으로 운영비용은 모두 운영자 및 마을이 부담한다. 각 호점별로 대표 운영자 1명과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들이 주기적으로 관리한다. 운영자는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마을 주민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다양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냉장고에는 반드시 안전하고 위생적인 음식물만 채워져야 한다. 냉동식품, 유통기한 지난 음식, 주류, 약품류, 건강보조식품, 불량식품, 냉장고에 장기간 보관했던 식품 등은 공유할 수 없다.

물론 마을냉장고 음식물 안전관리자는 있다. 하지만 이용자는 육안으로 충분히 안전한지 판단하고 이용해야 한다. 냉장고 안의 음식물은 공동의 소유이기에 관리자가 혹시 발생할 식중독 안전사고까지 책임을 질 수는 없다. 음식물 사용자 본인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한끼나눔 상자

하안나눔지기(마을냉장고 관리자)는 "어제는 청각장애인 한분이 오셔서 냉장고 음식을 몇 개가져 갈수 있냐고 수화로 물어 보시길래 1개씩 가져갈수 있다고 하니깐, 한 개를 가져가면서 cctv를 보고 활짝 웃으시는 모습을 보고 관계자들끼리 행복해 했다"고 전했다. 

◆ '마을냉장고'에 이은 또 다른 나눔 프로젝트 '한끼나눔' 

한편 광명시는 이 '마을냉장고' 사업이 나눔 문화 조성으로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판단으로 또 다른 나눔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오는 25일 광명5동에서 '한끼나눔' 사업 오픈식이 열린다.

'한끼나눔' 사업은 누구나 쌀을 기증하고 가져갈 수 있다. 동 행정복지센터,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각 동별 교회가 연계해 쌀을 지원한다. 각 동에 한끼나눔 상자를 설치하고 이곳에 쌀을 비치하면 필요한 주민이 가져갈 수 있다.

교회에서 매주 1회 백미 20kg을 500ml 페트병에 담아 지원하고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필요한 이웃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한끼나눔 상자를 관리한다. 기존 광명마을냉장고가 있는 광명3·6·7동, 철산2동, 하안1동 소하1·2동 7개 동은 별도로 한끼나눔 상자를 설치하지 않고 마을냉장고와 함께 운영하며, 나머지 10개 동은 행정복지센터에 한끼나눔 상자를 설치한다.

박승원 시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계를 위협받는 제도권 밖의 복지사각지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마을냉장고와 한끼나눔 상자는 이런 사각지대에 있는 시민들이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고, 이웃을 위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박진영 기자 bigman@kukinews.com
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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