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주휴수당·직장건보…20년 일해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퇴직금·주휴수당·직장건보…20년 일해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기사승인 2021-12-01 06:20:02
청년유니온이 지난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2020 아르바이트 최저임금·주휴수당 실태조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퇴직금과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자는 157만1000여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27만4000여명으로 집계됐다. 1년 사이 30만명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지난 2000년 1월 기준, 초단시간 노동자는 65만1000여명이다. 2018년 3월부터 꾸준히 100만명대 이상을 기록했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우리 사회 곳곳에 있다. 편의점·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노동자부터 초·중·고 예술강사, 아이돌보미, 도서관 사서가 대표적이다. 주당 22시간 이상 근무한다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더라도 업무를 배정해주지 않아 초단시간 노동자가 되는 사례도 있다. 이른바 ‘근로시간 쪼개기’다. 이는 영세한 사업장뿐만이 아니라 대기업,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도 공공연하게 일어난다.      

초단시간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열악하다. 퇴직금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9일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퇴직급여를 보장하지 않는 현행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관 6명은 초단시간 노동자의 임시적·일시적 근로 여부와 관계없이 퇴직급여 지급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3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10년 근속의 초단시간 노동자와 2년 근속의 노동자가 퇴직할 경우, 회사 기여도 등을 따졌을 때 후자만 퇴직금을 받는 것을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초단기간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온전히 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모든 근로자는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이 보장된다. 매주 5일 일하는 노동자가 개근을 하면 6일치 임금을 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유급휴가도 없다. 1년간 80% 이상 출근하더라도 15일의 연차는 주어지지 않는다.  

건강보험 직장가입 의무 대상도 아니다. 대다수의 사업장에서는 15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에게 건강보험 직장가입을 적용해주지 않는다. 소득이 아닌 자산으로 보험료를 내는 지역가입자로 등록해야 한다. 건강보험 직장가입 햇수로 경력을 따져 임금을 책정할 경우,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푸념도 나온다. 

김광중 전국예술강사노조 정책국장은 “주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예술강사의 경우 평균 95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투잡, 쓰리잡을 해야 생계 유지가 가능한 수준”이라며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는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보다 30% 적게 임금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소속 예술강사들은 통상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고 있다”며 “20여년 경력자도 초단시간 노동자이기에 퇴직금, 유급휴가를 받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초단시간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총장은 “근로기준법의 차별조항을 폐지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취약한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며 “15시간 미만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등 예외 조항이 노동자의 생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자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한다. 노동자의 선택에 의해 2~3가지 일을 유연하게 한다는 발상 자체를 바꿔야 한다”면서 “초단시간 노동자를 양산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제 강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사업주에게만 책임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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