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졌다. 이에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선 정권교체론 힘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이 대두됐다.
3일, 이 대표가 당무를 내려놓은 지 나흘째다. 그는 지난달 30일부터 공식일정을 취소한 채 부산·여수·순천‧제주‧울산을 연이어 방문하며 잠행하고 있다.
그의 ‘당무 보이콧’ 배경에는 윤 후보가 이 대표를 ‘패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공동선대위원장 영입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기싸움을 벌였다. 급기야 충청권 방문 동행 일정을 이 대표가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하는 등 갈등이 노출되며 ‘당대표 패싱 논란’이 가열됐다.
심지어 공개적으로 윤 후보에게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2일 JTBC 인터뷰에서 “당대표는 적어도 대통령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당대표와 대선 후보는 같이 협력해야 하는 관계다. 만약 지금까지 대선 후보가 당을 수직적인 질서로 관리하는 모습이 관례였다면 그것을 깨는 것이 후보의 신선함”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두 사람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꺾인 여론조사까지 나와 정권교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재선의원들은 3일 긴급 성명서를 내고 “작금의 당내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와 상심이 크실 것으로 안다. 벌써 항간에는 국민의힘을 향해 ‘정권 다 잡은 줄 안다’는 비아냥이 돌기도 한다”며 “이 대표와 윤 후보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 화합의 리더십으로 철옹성과 같은 ‘국민의 원팀’을 이끌어달라”며 쓴소리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다가는 정권교체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경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오는 6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있다. 시간이 없다.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진정한 국민의 힘이 되어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정권교체를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할 판국에 두 사람의 갈등으로 멈춰선 선대위에게 자성을 촉구하는 여론이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둘이 정권교체를 방해한다” “이러다 정권교체 물 건너간다”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의힘 정신 좀 차려라”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 혼란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등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 대표를 질책하는 반응도 나온다. “정권교체는 안중에 없나” “공당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이러나” “구태 정치와 다를 게 뭔가”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라” “탄핵하자”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왔다.
윤 후보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이 대표가 당선되며 젊은 정당으로 쇄신할 줄 알았는데 실망이다” “젊은 당대표를 박대한다” “말로만 청년을 외치나” “당을 살린 대표를 무시한다” “이 대표를 쳐내면 2030대 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간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