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저를 살렸어요.”(BTS saved my life)
지난 11월27일(현지시간)과 12월1일, 그룹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앞두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만난 아미(BTS 팬덤)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왜 BTS를 사랑하느냐고 묻자 나온 대답이었다. “BTS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에게 희망과 사랑을 보여주거든요.” 등수나 판매량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BTS 파워’를 아미들이 직접 얘기했다.
텍사스에서 온 캐롤라인은 BTS가 자신에게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2017년 ‘DNA’ 무대를 보고 BTS에 ‘입덕’한 그는 “공연장에서 아미들을 만나니 가족이 다시 모인 것처럼 기쁘다”며 미소 지었다. 캐롤라인은 “BTS가 나를 살렸다”고 말한 여러 아미 중 한 명이다. 그는 말했다. “BTS를 통해 우리는 서로가 겪는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유대감이 생겼고요. BTS가 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준 셈이죠. 저와 여기 있는 다른 모든 이들을 구원해준 BTS에게 정말 고마워요.”
캐롤라인과 함께 BTS 멤버 진을 위한 응원 도구를 만들던 키아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BTS는 의미 있는 이야기, 듣는 이를 치유하는 메시지를 전해줬어요. 그러면서 많은 이들의 삶을 살렸죠.” 키아라는 2014년부터 BTS를 좋아해온 ‘골수 아미’다. 그는 “BTS는 유니세프와 함께 아동·청소년 폭력 근절 캠페인을 벌이는 등 세상을 더욱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며 “그게 BTS의 특별한 점”이라고 짚었다.
데뷔 초부터 음악에 자전적 메시지를 녹여 존재감을 드러낸 BTS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신음하던 지난 2년간 ‘희망 전도사’를 자처했다. ‘다이너마이트’,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등 신나는 댄스곡으로 지구촌을 들썩이게 하는 한편,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 같은 발라드 곡으로 지친 이들을 어루만졌다. 아리아나 스미스도 BTS의 ‘힐링 메시지’에 위로받았다.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BTS를 보고 팬이 됐다는 그는 “BTS가 아니었다면 내가 지난 2년을 잘 견뎌낼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며 “그들 덕에 웃음과 희망을 찾았고, 기대 속에서 하루하루를 맞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미들이 말하는 ‘BTS 팝’의 진가는 부정적인 감정마저 긍정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키아라는 말했다. “BTS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슬프거나 우울해도 괜찮다는 기분이 들어요.” 또 다른 팬 키에라는 “BTS의 음악은 내게 감정적으로 큰 힘이 된다”면서 “때론 내게 편안함을 주고, 때론 나와 같이 슬퍼해준다. 우울할 때는 나를 밝혀주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아내, 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코너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서로를 사랑하라’는 BTS의 메시지가 크게 와닿았다”고 했다.
공연장 앞에 모인 수만 명의 아미에겐 BTS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수만 가지 이유가 있었다. “BTS는 마음씨가 좋아요. 게다가 겸손하고요”(사비나), “성실하고 재능이 많아요”(미쉘), “그들이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방식이 좋아요”(로버츠) “BTS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에리카)…. 아미와 BTS가 함께 만들 저마다의 역사는 2022년에도 이어진다. 소속사에 따르면 BTS는 가족과 함께 연말을 보낸 뒤, 새 음반과 공연 준비에 매진할 계획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