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대선 후보가 각자 다른 방향의 선대위 운영 계획을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후보 중심’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당 중심’의 운영 방식이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좀처럼 지지부진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후보만’ 보이고 ‘후보는’ 안 보이는 상황이 이어지면서다.
두 후보의 최근 지지율은 고전 중이다. 이 후보는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혔고, 윤 후보는 가까스로 하락세를 멈췄다. 한국갤럽이 지난 6~7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의 의뢰로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요 후보 간 5자 가상대결에서 윤 후보 36.4%(2%p↓), 이 후보 36.3%(0.8%p↓)를 각각 기록했다.
두 후보가 본격적인 선거유세에 돌입했지만,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21일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뒤 선대위를 전면 개편했다. 매머드급 선대위를 ‘기민하고 슬림한’ 선대위로 변신시켰다. 이낙연 경선 캠프 인사를 전진배치 했던 것과 달리 친이(친이재명계) 인사를 전면에 세웠다. 후보가 직접 소통하는 구조로도 변화를 꾀했다. 총괄본부장을 없애고 각 본부를 상임선대위원장 산하로 두며 상임선대위원장 및 이 후보가 실시간 소통하는 체제로 재정비했다.
그러나 이 후보 ‘혼자만’ 뛰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선대위 개편 전 민주당 선대위는 “위기감이나 승리에 대한 절실함이 안 느껴진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후보 빼고 다 바꿔야 한다. (황운하 의원)” 등 공개적인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선대위가 전면 쇄신했지만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 후보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혼자 힘으로는 부족하다’라는 취지의 손편지를 보내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말 많은’ 이 후보의 입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최근 3일 전북 전주에서 “우리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도 힘드실 때 대구 서문시장을 갔다는 것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이후 발언이 비판을 받자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번복해 정치권 안팎의 질타를 받았다.
윤 후보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윤 후보의 선거 운동 기조는 ‘당 중심’이다. “나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집권하면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이 될 것”, “당과 입법부를 존중한다” 등 연일 당에 힘을 싣고 있다. 문제는 후보에게는 힘이 실리지 않아 윤 후보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이준석 대표 등이 돋보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선 “윤 후보가 안보인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윤 후보는 최근 이 대표 실종사건부터 김 총괄선대위원장 합류까지 이어진 과정에서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윤 후보의 추세가 꺾인 배경에 울산 봉합이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 갈등 국면에서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정책적 이슈에서도 김 총괄선대위원장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김 총괄선대위원장이 띄운 ‘손실보상금 100조원’으로 윤 후보가 먼저 제안한 ‘50조원 손실보상’을 가려졌다.
유세현장에서도 이 대표만 빛을 보는 상황이 벌어져 지지자들의 비판을 샀다. 8일 대학로 유세에 함께 나선 이 대표와 윤 후보는 거리 유세 종료지점인 마로니에 공원에서 시민들과 포토타임을 가졌다. 사진을 찍는 내내 윤 후보는 낯선 듯 굳은 자세를 유지했지만, 이 대표는 시민들과 익숙하게 사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를 놓고 한 커뮤니티에는 “윤 후보는 시종일관 목석처럼 부동자세로 굳어있었다. 이같은 장면이 연출된 것은 전적으로 이 대표 책임”이라며 “사전에 이 대표가 윤 후보에게 충분히 조언해주고 현장을 잘 이끌었어야 했다. 대통령 후보인 윤 후보보다 본인이 더 빛나려 하지 말고, 부디 정권교체를 위해 맡은 바 소임을 충실히 해달라”고 글이 올라왔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