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보건소 업무가 마비되면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검사가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국내 HIV/AIDS(에이즈) 환자 절반 이상이 20‧30대인만큼 젊은 층의 감염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HIV감염인은 HIV가 체내에 존재하지만, 일정한 면역수치를 유지하면서 몸에 뚜렷한 증상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반면 에이즈 환자는 HIV에 감염된 후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체계가 파괴돼 면역 세포수가 200cell/㎣ 이하이거나 에이즈라고 진단할 수 있는 특정한 질병 또는 증상이 나타난 경우를 말한다.
HIV/에이즈는 조기에 진단받아 치료를 빠르게 시작하면 만성질환처럼 관리가 가능하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보건소 HIV 검사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모든 보건소에서는 HIV 무료·익명검사를 진행하는데 서울 소재 25개 보건소를 대상으로 HIV 선별검사 가능 여부를 조사한 결과, 지난 10월 27일 기준 검사 가능 기관은 6곳에 불과했고, 이달 7일에는 1기관 더 줄어 총 5곳에서만 검사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사 가능 기관은 강남구, 강북구, 관악구, 도봉구, 종로구 보건소다.
HIV 검진율이 줄어들면 신규 감염인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HIV 신규 감염 건수가 59.4%나 급감했다. 더불어 보건소를 통해 검사를 받은 신규 감염인이 2019년 10명 중 3명(30.0%, 367명)이었다면 지난해는 10명중 1.6명(16.3%,166명)에 그쳤다. 다행히 지난 10월부터 질병관리청에서도 대국민 HIV 바로 알기 캠페인을 시작하며 공익광고, 포스터, 유튜브 영상 등을 공개하며 캠페인 알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안진영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HIV/에이즈는 조기 진단 후 치료를 시작하면 비감염인과 같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은 HIV 검사가 치료의 시작”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보건소의 HIV 무료·익명검사가 중단됐는데, 최근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며 다시 HIV 검사가 재개되고 있다. 보건소에서 검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병·의원에서도 무료로 검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한편, 전 세계 HIV 신규감염자 수는 한 해 약 120~22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0년 이후 신규 감염이 23%나 줄어든 결과이지만 국내에서는 매년 1000명가량의 신규 HIV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고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43% 증가한 수치다. HIV 국내 누적 감염인은 1만3000명을 넘어섰다.
감염인 중 젊은 세대가 늘어나는 것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질병청이 지난 9월 발간한 ‘2020 HIV/AIDS 신고현황’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1016명이 신규로 신고됐으며, 이 중 20대가 33.8%(343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 30대 29.8%(303명)으로 나타나 20~30대가 전체의 63.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HIV 감염 원인은 ‘성접촉’이 99%였다.
젊은 층에서 HIV 감염이 많이 이뤄지는 만큼 검사 및 예방법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HIV 감염 예방을 더욱 강조한다. HIV는 감염되면 증상이 없거나 발열, 인후통, 두통 등의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감기 몸살로 착각할 수 있고, 코로나19는 면역기능이 약할수록 취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의 발표에 따르면 영국과 남아프리카의 HIV 감염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은 일반인의 두 배로 나타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HIV 보균자는 코로나 19로 인한 중증질환 위험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안 교수는 “이미 많은 연구로 밝혀졌듯 HIV 감염인은 코로나19에 취약하기 때문에 HIV/에이즈 예방에 더욱 힘 써야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관계 시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다. 또 안전한 성생활을 하고 정기적으로 HIV 검사를 받는 것을 권장한다.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은 약물요법 등을 통해 사전에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