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집을 구매할 시기는 아닌 거 같아요. 집값이 몇 년 전부터 너무 폭등을 했는데 최근 조정기에 들어간 것 같아서 당분간 지켜보려 합니다. 무엇보다 대출규제도 있어서 자금 마련하는 데 어려움도 있고요.” (서울 마포구 전세 거주자 A씨)
올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에는 관망세가 짙어졌다. 부동산 가격의 주축이 되는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폭 감소에 이어 최근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이와 함께 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 매입 의사가 없는 수요자들도 늘고 있다.
직방이 ‘내년 주택 매입·매도 계획’을 알아보기 위해 어플리케이션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2042명 중 64.1%(1309명)가 ‘내년에 주택을 매입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주택을 사겠다’는 응답 비율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조사에서 71.2%, 지난해 조사에서는 69.1%로 나타나면서 3년 연속 비율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매입 의사가 줄고 있는 이유로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을 꼽았다.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와 하락세를 바라보며 향후 가격 조정기가 올 거란 기대감에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8월 네 번째 주(0.22%) 이후 상승폭이 계속 줄어 이달 6일 기준 0.1%까지 축소됐다. 강북, 관악구처럼 보합 수준까지 오름폭이 준 지역도 나타났다. 또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 추이를 보여주는 매매수급지수는 11월 세 번째 주 99.6으로 100 밑으로 떨어진 후 지난주(96.4)까지 4주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이 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지면 집을 팔겠다고 내놓은 집주인이 사겠다는 주택수요자 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부동산 가격의 주축이 되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급감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1월-10월)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량은 4만5812건으로 전년동기(9만3784건) 대비 43% 가량 감소했다. 거래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로 16만5150건을 기록했다. 경남은 서울 보다 4713건이 많은 5만525건으로 두 번째를 기록했다. 서울이 2위에서 밀려난 건 2010년 부동산 침체 이후 11년만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실 실장은 “최근까지 이어진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 등 향후 가격이 조정되지 않을까 하는 관망 움직임이 커지면서 주택을 매입하려는 움직임도 예년에 비해 다소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지점장도 “가격이 오를 때 추격 매수가 붙으면 거래량이 늘지만 반대의 경우 조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며 “아파트 가격이 최근 2~3년 새 많이 오른 서울은 조정 장세 초입이 들어선 것 같고 가격이 덜 오른 경남 지역은 가격 키 맞추기 장세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