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은 아파트라면 공사비용과 택지 조성비용이 모두 포함된 분양원가에 대해 알 수 있다. 업계는 투명한 정보 공개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면서도 이를 통해 집값 하향 안정화를 이뤄내기란 힘들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업계는 분양원가 공개를 민간기업에까지 강요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분양원가 공개, 이유는?
1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건설한 아파트의 분양원가가 첫 공개됐다. 아파트의 설계·도급 내역서가 공개된 적은 있었지만 택지조성원가를 비롯해 아파트 분양원가가 산정·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보 공개는 서울시와 SH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진다.
공개 목적은 아파트 분양가격을 낮추기 위함이다. 김헌동 SH공사 신임사장은 “지난해 공개한 분양원가 61개 항목에 더해 설계·도급·하도급 내역서까지 범위를 대폭 공개범위를 확대한다”며 “풍선처럼 부풀려진 주택 분양가의 거품 제거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한 분양원가 항목은 건설원가 61개 항목과 택지조성원가 10개 항목 등 모두 71개 항목이다. 택지조성원가 항목은 용지비, 용지부담금, 조성비, 기반시설설치비, 이주대책비, 직접인건비, 판매비, 일반관리비, 자본비용, 그 밖의 비용 등이다.
서울시와 SH공사는 분양원가뿐 아니라 분양수익 공개를 통해 이익이 환원되는 과정을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이후에도 SH공사가 조성하는 아파트는 원칙적으로 분양원가와 분양수익 사용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설계·도급 내역서도 공개한다. 하도급 내역서는 향후 신규 도급 체결 시 계약 조건에 자료 공개 여부를 명시하는 방식으로 공개해 나갈 계획이다.
첫 공개 대상은 지난 9월에 준공정산이 완료된 고덕강일4단지다. 총 분양원가는 1765억800만원이며 택지조성원가는 ㎡당 271만7119원, 건설원가는 ㎡당 208만6640원이다. 이에 따른 분양수익은 980억53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업이익률 55%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는 ▲단지 내 임대주택 건설비 260억1100만원 ▲2019년 SH공사 임대주택 수선유지비 475억4500만원 ▲SH공사 다가구 임대주택 매입 244억9700만원 등에 사용됐다.
민간 아파트값도 낮아질까
전문가들은 원가 공개는 투명한 정보 공개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발표는 우리 사회를 보다 투명하게 이끌어가는 하나의 요소가 더해졌다는 것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면서 “만약 제시된 원가가 ‘공공부문에서조차 과도한 이익’을 얻는 수준이라면, 이후로는 더 낮출 근거자료가 되는 것이고, 반대로 너무 낮게 책정된 공사원가가 속칭 ‘날림공사’와 ‘저품질 주택’을 유발한다면, 오히려 적정 수준으로 상향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간아파트에까지 분양원가 공개 영향이 미쳐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화될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이유는 민간아파트 분양에까지 이번 분양원가 공개 영향이 미치지는 않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SH가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이를 민간 기업에까지 강요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토지조성원가와 건축비 등은 영업비밀이거나 경영 노하우라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건축 시 내부에 들어가는 가구들을 보자”면서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분양가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기업 입장에선 각자의 영업 기술을 통해 좋은 품질의 브랜드를 최대한 저렴하게 가져와 공급하는건데, 가격을 모두 공개한다면 영업기술은 물론 수익극대화라는 민간기업의 목적마저도 부정하는 꼴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원가공개는 분명 우리 사회를 더욱 투명하게 이끄는데 기여하겠지만 이것으로 민간아파트의 분양가까지 더 끌어내려서 집값을 안정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어 “보도자료에 제시된 고덕강일4단지에서는 수익이 50%가량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수익이 50%가 문제가 아니라 그 수익을 공익부분(공공사업)에 썼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약 금년에 쓰고 남은 부분이 있다면 그 남은 것도 추후의 다른 공익사업을 위해 적립했는지, 아니면 어떤 이유인지까지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