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보다 무서운 무플 [쿠키청년기자단]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1-12-17 06:45:01
학생회 선거철에는 교내 곳곳에 대자보가 붙었다. 썩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다. 후보자의 자질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대자보 앞엔 인파가 몰렸다. 최근 몇 년 사이, 교내 게시판에서 줄곧 보이던 대자보가 사라졌다.

누군가 “대자보가 안 붙으면 좋은 것 아닌가요?”라고 묻는다. 일정 부분 동의한다. 후보자 논란이 없다는 의미일 수 있으니. 그러나 대자보만 자취를 감춘 게 아니다. 학생회 선거에 대한 관심 또한 사라졌다.

투표율을 보자. 기자의 학교는 지난 4년간 투표율 변화가 컸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는 줄곧 70%를 유지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는 60% 선으로 하락했다. 그리고 지난 11월에 있었던 선거 최종 투표율은 50% 수준에 그쳤다.

투표율은 유권자가 선거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보여 주는 지표다. 선거에 관심이 없으니 누가 출마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무작정 유권자들을 비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해 학교에 갈 일이 줄었다. 학생회가 무슨 활동을 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기 힘들다. 후보자들은 대면 선거 유세가 불가능해졌다. 후보 정보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총학생회(총학) 신뢰도 문제다. 사건·사고나 횡령 등 불미스러운 총학 행태는 학생회비를 내는 유권자를 실망하게 했다.

대학은 작은 사회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진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총학이다. 학생을 대변할 총학이 없으면, 누군가 만든 불합리와 부조리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탓에 학교에 가지 않아서, 총학이 돈을 떼어먹을 것 같아서 등의 이유는 투표율 저하의 변명이 될 수 없다. 지키지 않은 의무는 학생 사회의 붕괴로 이어진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무관심은 가장 큰 두려움이다. 변명으로 무관심을 합리화하지 말아야 한다. 쓰러져 가는 학생 사회는 투표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박서현 객원기자 brionne@naver.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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