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아파트 공시가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베일을 벗었다. 공개된 2022년 표준주택 공시가격은 올해 보다 7.36% 상승했다. 역대 두 번째 높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에 1주택자에 한해 보유세 부담을 낮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들은 이러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2022년 1월 1일 기준 표준 단독주택 24만호의 공시가격 열람 및 의견청취 절차가 시작된다. 표준주택 공시가격은 개별주택가격 산정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시장에서는 내년 3월 아파트 공시가격 공개에 앞서 상승 척도로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주목해 왔다.
공개된 내년 표준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7.36%, 지난해 12월 공개된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 6.80% 보다 0.56%p 더 높다. 이는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올해보다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단독주택을 넘어선 점까지 고려하면 내년 아파트 공시가 상승률은 최소 올해 수준인 19%를 상회할 전망이다.
공시가격은 각종 세금의 산출 기준으로 작용하는 만큼 공시가 상승은 곧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의 연쇄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의 조세부담이 급증한다.
올해 공시가격이 19% 상승할 당시 공시가 12억원의 마포구 한 아파트(전용 84.3㎡) 보유세는 302만원(1주택자 기준)에서 433만원(43.1%)으로 100만원 넘게 늘어났다. 공시가격이 높은 아파트 보유세는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공시가격 30억원의 아파트는 보유세가 917만원에서 3360만원으로 증가했다.
정부, 1주택자 보유세 부담 덜어주겠다
정부는 집값 상승과 함께 시세보다 낮은 공시가격을 시세와 맞춰나가는 과정(현실화)에서 국민의 조세부담이 과중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세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는 유지하되, 공시가격과 연동된 재산세·건강보험료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보유세 세부담 상한을 조정하거나 내년 보유세 산정 시 올해 공시가격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한 고령자의 종부세 납부를 유예하고,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재산 산정시 일부를 감면해 주는 방안 등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인 세부담 완화 방안은 내년 3월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보유세 부담 완화 대상을 1주택자로 한정했다. 또한 고가주택 보유자는 제외할 방침이다. 따라서 강남이나 한강변 고가 아파트의 경우 보유세 완화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1주택 보유 서민·중산층 세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해주는 보완책을 검토해오고 있다”며 완화 대상을 서민·중산층으로 구체화했다.
비고가주택 보유 1주택자, 내후년이 걱정
정부가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완화해 줄 것을 약속했지만 1주택자들의 걱정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1주택자들은 주로 정부의 세부담 완화 방안이 한시적 조치라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예컨대 내년 보유세 산정시 올해 공시가격을 반영하는 조치는 보유세 인상이 1년 유예됐을 뿐, 내후년 보유세가 상승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오히려 내후년에는 2년치 공시가 상승분이 반영돼 보유세가 폭등하게 된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두고 선거용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값이 폭등한 만큼 과세 속도에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 종합부동산세의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5%p 상향해 공시가격의 100%가 될 예정이고, 2021년 부동산원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13.11% 상승해 내년 초 공시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내년에도 보유세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시가격 인상과 부동산 관련 세율 증가, 집값 상승이 겹치며 납세자의 과세 수용성을 벗어난 부분에 대해 교정이 필히 실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보유세 과표의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 상향 로드맵이나 2년 연속 종부세율 인상 및 세부담상한선 상향 등을 고려할 때 보유세 부담 급증에 따른 우려를 다독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