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그룹 트와이스 멤버 지효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2년여 만에 팬들을 마주한 자리에서였다. “(콘서트) 현장이 오랜만이어서 어제부터 눈물이 날 것 같았거든요. 결국 터졌네요.” 눈물은 삽시간에 퍼졌다. 같은 팀 동료 사나는 “선물 같은 시간”이라며 훌쩍였고, 다현은 “우리가 걸어온 모든 길에 원스(트와이스 팬클럽)가 있었다”며 울었다. 2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K스포돔에서 열린 ‘Ⅲ’ 공연서 벌어진 일이다.
2019년 개최한 월드투어 ‘트와이스라이츠’(TWICELIGHTS) 이후 1년10개월 만에 다시 연 오프라인 공연. 애초 24~26일 사흘 간 열릴 예정이었지만,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첫날 공연은 열 수 없었다.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일까. 멤버들은 시작부터 들뜬 기운이 역력했다. 나연은 “원스가 눈앞에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웃었다. 채영은 “혹시나 (공연을) 못할 수도 있어서 걱정했는데 이렇게 콘서트를 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팬들은 응원 구호와 떼창 대신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며 트와이스와 호흡했다.
영어곡 ‘더 필스’(The Feels)로 공연의 막을 연 트와이스는 4시간여 동안 30곡 넘게 부르며 성탄 연휴를 달궜다. 선곡표는 지난달 발표한 정규 3집 수록곡들로 대부분 채웠다. 멤버들은 데뷔 초 보여줬던 발랄하고 밝은 모습은 물론, 카리스마 있고 성숙한 매력을 발산하며 무대를 장악했다. ‘선인장’, ‘알고 싶지 않아’ 등 발라드 무대에선 멤버들의 음색과 감정 표현이 돋보였다. 건강이 나빠져 공연에 불참한 정연은 녹화 영상에 모습을 드러내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미나는 공연 말미 “2년 만에 관객 여러분 앞에서 여는 콘서트라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았다”면서 “무대에 서는 것이 행복하고 고마운 일이라고 다시 한 번 느꼈다. 여러분에게 오늘이 올해 가장 행복한 날이었길 바란다”고 했다. 지효는 “어느 순간 내가 하는 일이 당연하게, 편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오늘 보니 춤추고 노래하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다시 느끼게 됐다”며 팬들과 멤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서울 공연을 마친 트와이스는 다시 세계로 나선다. 내년 2월15~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18일 오클랜드, 22일 포트워스, 24일 애틀랜타, 26~27일 뉴욕을 돌며 공연을 연다.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추후 공연 개최 지역을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 트와이스는 영어곡 ‘더 필스’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 입성하고, 한국에서 낸 정규 3집으로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 3위에 오르는 등 미국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