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머리 길이를 논란으로 소비하는 것이 얼마나 기괴한 일인가. 국가대표의 성과를 놓고 물고 늘어질 게 고작 짧은 머리카락이라니, 거북하고 부끄러웠다. 숏컷 하나만으로 페미니스트 검증을 하겠다는 도식도 우습기 짝이 없다.
그리고 오늘날, 숏컷은 여성의 사회진출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짧은 머리로 면접을 보는 건 예의가 아니다’, ‘숏컷은 페미니스트다’ 등 괴상한 논리가 20대 여성 취업준비생들의 경험담에 등장하고 있다. 더욱 섬뜩한 것은 말 뒤에 숨어 있는, 그들이 원하는 여성의 모습이다. 머리카락 혹은 화장으로 여성임을 드러내는, 숏컷도 이왕이면 남자 같지 않게 한 여성. 여성의 가치관과 자기주장, 의견을 소거하라는 강요 같기도 하다.
짧은 머리의 여성 취업준비생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이 온전히 그들의 피해의식에서 나오는 걸까. 이들에게 답을 정해둔 질문을 던지며 성차별은 없다고 하는 것이야 말로 명백한 모순이다. 눈앞의 권력과 위계, 차별을 그저 갈등으로 불러주기를 원하는 불합리다.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20대 여성 취업준비생이 21세기 세상에서 머리카락 길이로 고민하는 일이 없도록. 이들이 웃을 수 없는 자기만의 생존전략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세상으로 말이다.
홍지희 객원기자 kukinew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