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뽑아야 하나” 요즘 청년층의 고민이다. 거대 양당 대선 후보가 여러 논란에 휩싸이며 상당수의 20‧30대가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부동층으로 머물고 있다. 심지어 후보교체론까지 거론되는 모양새다.
29일 한길리서치가 아주경제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42.4%,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34.9%로 집계됐다.
대선이 70일도 남지 않았지만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이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층이 12.8%에 달했다. 특히 20대(18~29세) 부동층 비율은 14.7%에 달했다. 30대도 13.7%를 기록했다.
지지 후보를 정한 청년들마저도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조사 대상에게 ‘지지 후보를 바꿀 의향’을 묻자 ‘바꿀 수 있다’고 답한 20대, 30대 비율은 각각 21.7% 24.7%에 달했다. 40대 11.7%, 50대 14.6%, 60대 이상 11.8%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심지어 20‧30대에서 ‘후보교체’ 여론도 60%에 육박했다. 같은 조사에서 ‘여야 대선 후보의 교체 필요성’을 묻자 20대의 60.4%가 ‘후보 교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30대도 62.2%에 달했다. ‘매우 필요하다’는 적극 응답도 20대, 30대가 각각 41.3%, 44.0%였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가족 논란’, ‘말실수’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아들의 불법도박‧성매매 의혹 등이 불거져 곤혹을 겪고 있다. 윤 후보 역시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논란과 이에 대한 사과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윤 후보가 “청년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28일), “극빈하면 자유를 모른다”(22일) 등의 실언을 하며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를 본 청년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상당수의 20‧30대는 “지지할만한 후보가 없다”며 고개를 젓고 있는 상황이다.
A씨(26세)는 “이 후보는 전과 4범의 범죄자라 찍고 싶지 않다. 근데 윤 후보는 더 싫다. 최저임금, 극빈층 발언을 보면 생각 없이 말하는 것 같아 대통령감인지 의문”이라며 “뽑을 후보가 없다”고 탄식을 뱉었다.
B씨(22세)는 “두 후보의 실언과 논란을 보면서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암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효표를 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C씨(31세)는 “두 후보 모두 번지르르한 말만 내뱉을 줄 알지 진짜 청년의 삶에 관심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정책 비전이 괜찮다고 생각했던 후보들은 당내 경선에서 떨어졌다. 차라리 양당 모두 후보를 바꾸면 지지할 마음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2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는 배우자 논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상임선대위원장 사퇴 등 여러 악재가 겹쳐 2주만에 지지율이 하락했다. 국민들은 윤 후보 자체가 아닌 정권교체 도구로써 열망을 투영했는데 민의를 잘못 읽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이 후보도 상대적으로 덜 못 했다는 거지 특별히 더 나은 것은 없어 확실한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그래서 부동층이 늘어났다. 특히 지역주의‧이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청년 세대들의 마음을 잡는 후보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후보교체론이 높다는 것은 두 후보 모두 국민 마음에 안 든다는 방증”이라며 “후보 교체가 실제로 되긴 어려우니 잘하라는 국민들의 책망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를 각 후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행보를 보일지에 따라 여론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83.2%)·유선 전화면접(16.8%)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6.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면 된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