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유통 수장들의 신년사는 ‘도전’과 ‘혁신’으로 요약된다. 코로나19 사태 3년째, 급변하는 환경에 더는 기존 방식을 답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수장들은 한결같이 디지털 대전환, 조직 혁신, 인재 확보를 강조하며 과감한 도전 정신을 주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그동안 우리의 성과들은 수많은 도전과 실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혁신을 위한 시도는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이 당연하지만,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계속 도전하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시도조차 하지 않은 슛은 100% 빗나간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실패는 무엇인가 시도했던 흔적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조적 도전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조직 혁신과 인재 확보에 대한 메시지도 나왔다. 신 회장은 “어떤 인재라도 포용할 수 있는 조직의 개방성과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며 "그런 환경을 만드는 데 저부터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도전에는 빠르고 정확한 실행력이 필요하다”며 지난 인사에서 사업부문(BU) 체제를 폐지하고 헤드쿼터(HQ)제를 도입한 것도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임직원들의 용기 있는 챌린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함께 가야 한다"며 미래 관점의 투자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의 실천을 공언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올해 그룹 목표로 ‘제2의 월마트’도, ‘제2의 아마존’도 아닌 ‘제1의 신세계’를 제시했다. 정 부회장은 코로나19로 시장의 변화가 더 앞당겨졌다며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을 통해 기회를 찾자고 했다.
정 부회장은 “사회의 다변화에 따라 조직 내 다양성을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코로나19로 시장 환경의 급격한 재편이 예상되는 올해 새로운 기회를 잡을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신세계그룹을 스스로 재정의하는 한해로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올해를 ‘디지털 피보팅’의 원년이라고도 강조했다. 오프라인 역량과 자산을 하나의 축으로 삼고 또 다른 축인 디지털 기반의 미래 사업을 준비하고 만들어나간다는 의미다.
정 부회장은 “디지털로의 온전한 피보팅만이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승자가 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며 “이를 위해선 온·오프라인 모든 일상을 신세계에서 해결 가능한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해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새해 실천 가치로 ‘발견’과 ‘연결’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고객의 변화된 요구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찾는 ‘발견’과 내·외부 협력으로 가치의 합을 키우는 ‘연결’의 노력을 통해 ‘비전2030’에 담긴 성장 스토리를 함께 써나가자”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2030년 매출을 40조원대로 키우겠다는 비전2030을 미래 청사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같은 과녁을 향해 정확히 쏘는 것보다 아무도 보지 못한 과녁을 쏘는 노력이 쌓일 때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새로운 소비 주체의 변화된 요구를 찾는 노력을 강조했다. 또 “내·외부의 경쟁적 경합보다는 협력과 연결로 가치의 합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특히 현대 경영학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 ‘계획이 즉각적으로 열심히 수행되지 않으면 그저 좋은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을 인용하며 “올 한해 변화를 빨리 읽고 성장의 기회를 잡아 적극적으로 실행하자”고 강조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