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 “‘옷소매’로 사랑받겠다는 확신 들었죠” [쿠키인터뷰]

강훈 “‘옷소매’로 사랑받겠다는 확신 들었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1-05 06:00:34
배우 강훈. 앤피오엔터테인먼트

조선 최고의 미남자, 궁녀들의 우상, 세손의 총애를 받는 심복. 완벽하다 못해 묘한 벽까지 느껴진다. “저하의 측근 자리를 항아님께 빼앗기겠소.” 뼈있는 농담을 건네는 눈엔 싸늘함이 가득하다. MBC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홍덕로(홍국영)는 다정한 미소 속 의뭉스러움을 간직한 인물이다. 충심으로 시작해 죽음을 맞기까지, 극적인 상황을 오가는 홍덕로를 배우 강훈은 이렇게 회상했다. “선을 넘겨도 매력적이지 않나요. 하하.”

최근 화상으로 만난 강훈은 드라마 인기에 줄곧 감사해했다. “홍덕로 위주로 드라마를 보다가 하차하고 나서야 작품 전체를 봤다”고 말문을 연 그는 “부족한 점과 보완할 점만 보여서 반성하며 공부 중”이라며 차분히 미소 지었다. “연기는 하고 나면 늘 아쉽다”면서도 “그래서 더 노력하게 되는 게 연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돌이켜보면 촬영장에서 100%를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최선을 다했지만 생각만큼 표현하지 못한 장면도 있거든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어요.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더 힘이 났어요. 작가님이 써준 좋은 글로 감독님이 좋은 작품을 만들고, 배우들이 진심으로 임하니 좋은 시너지가 나더라고요. 열심히 하고 싶기도 했고, 열정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행복했죠.”

MBC ‘옷소매 붉은 끝동’ 스틸컷.

‘옷소매 붉은 끝동’은 1회 5.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 17회에서 17.4%를 기록했다. 마지막회 시청률이 첫 회보다 3배 이상 올랐다. 입소문을 타며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인 결과다. 강훈은 “외출을 잘 하지는 않지만 인터넷 반응을 보니 인기가 실감된다”면서 “가족들도 정말 좋아한다”며 뿌듯해했다. 사극을 늘 어렵다고 생각하던 그의 편견은 ‘옷소매 붉은 끝동’을 거치며 말끔히 사라졌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사극은 언제나 딱딱하게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대본을 읽어보니 술술 읽히는 거예요. 재미있기까지 했어요.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어요. 이렇게나 좋은 작품에 함께하게 된 게 기뻤죠. 함께 호흡한 배우들에게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얻었어요. 교과서 같던 촬영장이라고 할까요.” 

강훈은 처음엔 다른 배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홍덕로를 맡은 건 정지인 감독 덕이었다. 그에게서 홍덕로를 느꼈단다. “친절하고 착한 느낌인데 어느 순간 서늘한 눈빛이 보였대요.” 감독과의 만남을 회상하던 강훈은 그의 말을 되짚으며 “그런 점이 홍덕로와도 잘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영·정조 시대 홍국영은 여러 작품에 등장했다. 강훈은 자신만의 홍덕로를 만드는 데에 주력했다. 고증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MBC ‘옷소매 붉은 끝동’ 스틸컷.

“다른 작품 속 홍국영을 찾아보진 않았어요. 실제 역사에 더 집중하고, 홍국영을 이해하며 저만의 홍덕로를 만들려 했죠. 언뜻 보면 홍덕로는 야망도, 욕심도 많은 사람처럼 보여요. 하지만 이산이 세손이던 때 홍덕로는 그를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충신이었어요. 감독님은 ‘홍덕로는 자신이 충심을 가진 만큼 총애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하셨거든요. 집착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늘 맞는 말만 하는 인물이기도 했어요. 그게 홍덕로의 매력이죠.”

야망을 숨기던 홍덕로는 이산이 정조로 즉위하자 발톱을 드러낸다. 동생을 잃고 무너지는 홍덕로의 모습은 그가 가장 역점을 둔 장면이다. “하도 오열해서 실핏줄이 죄다 터졌을 정도”라며 당시를 돌아보던 그는 “홍덕로를 연기하며 앞으로 내가 보여줄 면이 많다는 걸 느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여린 캐릭터를 주로 맡던 강훈에게 홍덕로는 새 발판이 됐다. “액션도 욕심나고… 언젠가는 좌익위(오대환) 같은 코믹한 캐릭터도 맡아보고 싶어요.” 연기자로서 방향성을 이야기하던 그의 눈이 반짝였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제 연기 인생에서 가장 좋았고 행복했던 작품이에요. 사실 저는 연기를 하며 늘 기다림에 대해 생각했거든요. 오디션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그 순간은 힘들어도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줬어요. 사실, 연기를 시작하고 밤에 우울해지면 안 될 것 같아서 늘 시상식 테이블에 앉은 저를 상상하며 잠들곤 했어요.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그 꿈을 이룰 수 있었죠. 홍덕로는 나쁘게 봐도 강훈이라는 사람은 많이 사랑해주신 것 같아 감사해요. 앞으로도 꾸준히, 쉬지 않고 연기하고 싶어요. 새해에는 더 열심히 활동해서 배우 강훈을 확실히 알려볼게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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