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 우리 다 망한다”...아이파크 들어설 상계동 ‘한숨’ 소리만[가봤더니]

“200만원, 우리 다 망한다”...아이파크 들어설 상계동 ‘한숨’ 소리만[가봤더니]

기사승인 2022-01-18 06:00:15
상계 1구역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조계원 기자

“누가 들어와 살고 싶겠어요, 이대로 가면 다 망합니다”


17일 오전 10시 쯤 서울 노원구 상계1구역 길가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울분을 토해냈다. 상계1구역은 지난해 시공사로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선정된 재개발 지역이다. 조합원은 현산의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에 불신을 드러내며 조합원들의 우려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광주 화정동 붕괴 사고의 여파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현산에 아파트 시공을 맡긴 정비구역 조합원들의 불안과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정몽규 현산 회장이 사고의 책임을 지고 같은 날 사퇴의사를 밝혔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 하는 모습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방문한 상계 1구역은 아직 철거가 진행되지 않아 영업중인 상가와 낡은 주택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때 마침 길가에서 시공사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조합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골목길을 나오던 여성과 한 고령층의 남성이 시공사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었다.

상계 1구역에는 낡은 주택이 몰려있다.

“(조합) 대의원이 나서야 한다. 아이파크로 가면 우리 다 망한다”는 여성의 격앙된 목소리가 길을 지나가던 기자에게 까지 들렸다. 신분을 밝히고 접근하자 목소리를 높였던 여성은 “지금 조합원들 모두 난리가 났다”며 “더 이상 아이파크를 믿고 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산이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사로 선정될 당시부터 문제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합장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직무대행이 총회에 (계약 시 현산을) ‘우선시 한다’는 안건을 올려 통과시켰다. 당시 수의계약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이것이 수의계약이었다”며 “그것도 (현산이) OS요원(외주홍보요원)을 동원해 지역 노인 분들 동의서를 받아 총회에서 통과 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그래도 아이파크나 자이나 모두 유명한 브랜드고, 대형 건설사라 조합원들이 참고 가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아이파크 (붕괴) 이미지를 쇄신하려면 십 수 년이 지나야 할 것인데 결국 집값 떨어지고 분담금은 크게 올라 조합원들 부담만 늘어날 것이다. 조합원들 모두 답답한 심정”이라고 우려를 토해냈다.

언덕 위에 위치해 있는 상계 1구역 주택들.

1994년 무너진 성수대교를 빗대 “아이파크는 브랜드는 죽었다”고 표현한 조합원도 있었다. 상계 1구역에서 작은 상가를 운영하는 남성은 자신을 조합 대위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무너진 성수대교를 동아건설이 지었다는 사실은 지금은 모두가 아는 내용”이라며 “아이파크 들어서면 지나가던 사람들 모두 아이파크는 아파트 붕괴된 브랜드라고 한 마디씩 말하며 지나갈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당장 분양을 하면 누가 들어올지 모르겠다. 미분양이라도 나면 그 부담은 모두 조합원들이 떠 앉아야 할 것”이라면서 “브랜드 이름을 바꾼다고 국민이 현산이 지은 아파트를 모르겠냐. 이 지역에 계속 살아갈 원주민들이 제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광주 붕괴 사고가 난 후 현산의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는 지적도 있었다. 길가에서 만난 한 남성은 “사고가 난 후 OS요원이 돌아다니며 조합원들에게 사과하고 다녔다. 그 사람들은 현산 본사 직원들도 아닌데 그 사람들 말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본사 직원이라고는 과장이 조합에 한 번 다녀간 게 전부인 걸로 알고 있다. 이런 것이 무슨 사고 낸 대기업의 태도냐”고 질책했다.

이날 상계 1구역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모두 시공사 교체를 원했다. 다만 이들은 OS요원을 동원한 시공사의 교체 방해공작 우려도 내놓았다. 앞서 길에서 만난 한 남성은 “동네에서 동의서 한 장에 최대 200만원이라는 이야기가 돌아다닌다. OS요원들이 선물 보따리 들고 어르신들 찾아다니면서 동의서를 받아 조합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조합에서 공식 입장을 밝히는 데로 조합원들도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상계1구역 재개발 조감도   현산

한편 현산의 철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비단 상계 1구역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광주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로 선정된 현산에 시공계약 해지를 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경기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 입구에는 현산의 시공사 선정 입찰 참여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아울러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에서도 현산이 컨소시엄에서 빠질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산은 전국에서 아이파크 거부 움직임이 확산되자 안전 품질 보증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골조 등 구조적 안전결함에 대한 법적 보증기간이 10년 이지만 새로 입주하는 주택은 물론, 그동안 지은 모든 건축물의 골조 등 구조적 안전결함에 대한 보증기간을 30년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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