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화정동 붕괴 사고로 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아파트에 입주하는 시민들은 물론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모두 또 다른 붕괴사고를 우려하는 상황. 정부는 반복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20일 건설업계와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화정동 붕괴사고 원인으로 콘크리트 양생 부족, 철근 이음 부실, 지지대의 이른 철거 등이 지목되고 있다. 특히 시공사인 현산이 열흘 이상 필요한 콘크리트 양생 작업(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을 6~10일 만에 마쳤다는 정황이 드러나 부실 공사 의혹이 제기된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를 두고 18일 “건설산업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이익과 공기단축 보다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본 원칙이 반드시 세워져야 한다”고 질책했다. 하루 전인 17일에는 사고 시공사인 현산을 두고 “한 번도 아니고 반복적으로 큰 사고를 냈다”면서 “법이 규정한 가장 강한 패널티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엄중처벌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이같은 사고 예방을 위해 모색하고 있는 방안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이다.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설계·시공·감리 등 모든 공사 주체들에게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공사 주체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아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시공사도 1년 이하의 영업정지나 매출액에 비례하는 과징금을 부여받는다. 이번 화정동 사고의 발생 원인이 ‘부실시공’으로 지목되는 만큼 안전관리 주체들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하고 처벌 수준을 높여 사고 재발을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사실 건설안전특별법은 지난해 학동 붕괴 사고 당시에도 제정이 거론된 법안이다. 건설노조는 “속도전이나 건설사 및 감리의 역할을 규율하고 있는 법이 건설안전특별법이다. 한익스프레스 남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에서 비롯된 법이며, 지난 광주 학동 재개발 참사에서도 거론됐지만 결국 잠잠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안전특별법을 외면한 정부와 국회는 참사 앞에 모두 유죄”라고 비판했다.
다만 건설 현장에서는 이미 한국의 건설관련 법규나 제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오히려 이러한 법규나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하는 부분에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건설공사 관리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한 지자체 공무원은 “건설 안전 관련 규정은 지금도 충분하다. 다만 건설현장에서 아직도 이러한 규정들이 지켜지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노 장관 역시 “아무리 법을 잘 만들어놓고 기술을 만들어놔도 현장에서 이행이 안 되면 말짱 도루묵”이라며 현장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