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로비드’ 본격 처방·복용…“쓴맛 있지만 몸 나아져”

‘팍스로비드’ 본격 처방·복용…“쓴맛 있지만 몸 나아져”

기사승인 2022-01-21 10:00:02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공급담당 약국에 도착했다.   연합뉴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본격적으로 환자들에게 투약되기 시작했다.

약을 복용한 환자들에게서는 ‘쓴맛이 올라온다’는 증상 외 별다른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의료진들은 재택치료와 팍스로비드 투약 체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환자가 증가하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9일 성남시의료원 8층에 위치한 코로나19 재택치료 상황실에서 근무 중인 채윤태 감염내과 전문의와 최보미 책임간호사는 화상통화를 통해 환자들을 모니터링하며 복약지도를 이어갔다. 상황실에서는 총 12명의 간호사들이 재택환자와 통화하며 현재 건강 상태, 산소포화도, 체온, 식사 여부 등을 체크하고 있다. 

이날 상황실에서 관리 중인 환자 가운데 팍스로비드 투약 대상은 총 7명이다. 당초 채 전문의가 확인한 처방 대상은 8건 이었는데, 이 가운데 1명이 ‘복용하고 싶지 않다’며 처방을 거부했다. 7명 가운데 40대와 70대인 2명의 환자가 면역저하자이고, 5명은 65세 이상이다. 

채 전문의는 “재택치료 범위가 넓어지면서 고령층도 재택치료 받고 있다”며 “환자 본인이 강하게 재택치료를 원하는 경우엔 재택치료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약 거부자에 대해서는 “약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듯 하다”며 “선택권은 환자에게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강제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채 전문의는 “최대한 약물의 효능·효과를 말씀을 드리지만, 그래도 동의가 안 되는 경우엔 (투약 없이) 재택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팍스로비드 처방은 코로나19 증상 발생 후 5일이 경과하지 않은 환자에게 이뤄진다. 보건소가 팍스로비드 처방 가능 대상 명단을 의료기관에 제공하면, 의사들이 이를 참고해 환자를 진료한 후 환자의 동의를 받아 처방하는 방식이다. 각 권역 보건소에서 협약된 약국에서 환자의 집까지 퀵서비스를 통해 전달된다. 약국이 퀵서비스 업체와 계약을 맺고, 배송 비용은 관할 보건소에서 처리한다. 환자가 지불할 비용은 없다.

채 전문의에 따르면 7명의 환자 가운데 1명은 당초 18일 저녁부터 투약 예정이었지만, 이날 아침부터 투약을 진행했다. 해당 환자는 개인병원에서 상기도감염에 대해 처방받은 약을 복용 중이었다. 이에 환자가 팍스로비드를 함께 복용하기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표했고, 자의적으로 이날 아침부터 팍스로비드를 복용했다. 

해당 환자 외에 나머지 6명은 큰 부작용 없이 양호한 상태로 모니터링 중이다. 대부분의 환자가 ‘입에서 쓴 맛이 난다’는 부작용을 호소했고, 그 외에는 ‘속이 조금 거북하다’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이밖에 중대한 이상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최 간호사는 팍스로비트 투약 후 환자들의 상태에 대해 “투약 대상인 7명이 애초에 증상이 굉장히 경미한 환자들이었다”며 “증상 자체가 약해서 눈에 띠는 호전은 딱히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플라시보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몸이 조금 나아졌다고 일관되게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 상황실에서 의료진이 팍스로비드를 복용하며 재택치료 중인 환자를 화상전화를 통해 진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복약지도는 총 3단계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첫째로 비대면진료 단계에서 병용 금지 약물을 복용 중인지 확인한다. 이후 약국에서 환자와 통화를 하면서 재차 복약지도를 실시한다. 마지막으로는 의료기관의 모니터링 팀에서 하루 3차례 환자를 확인한다. 채 전문의는 “병용 금지 약물을 함께 먹는 등의 경우는 모니터링만 잘 하면 걸러낼 수 있다고 본다”며 “환자 중 1명은 팍스로비드와 함께 투약할 수 없는 고지혈증약 복용자인데, 고지혈증약의 복용을 중단하고 팍스로비드를 복용할 것을 지도했다”고 설명했다.

환자 진료를 요청할 경우, 담당 의사에게 비대면 진료 의뢰가 들어간다. 성남시의료원에서는 평일 5일 동안 비대면 진료는 의사 7명이 담당하고 있으며, 주말은 당직제를 실시 중이다. 비대면 진료를 요청한 환자가 기침이나 목의 통증 등 특정 증상에 대해 약이 필요한 경우, 의사가 약을 처방하면 처방전이 약국으로 전달된다. 이후로는 팍스로비드 전달 방식과 마찬가지로 약국에서 퀵서비스를 이용해 환자의 집으로 약을 전달한다. 만약 야간이나 새벽에 약국이 문을 닫는 경우, 24시간 운영되는 당직약국으로 보건소를 통해 연결된다. 상태가 악화된 환자는 바로 병동으로 입원하게 된다. 응급처치가 필요한 경우 응급실로 이송된다.

채 전문의에 따르면 이날까지 성남시의료원이 관리하는 재택치료 환자는 약 250명이다. 그는 “지난주 초만 해도 100명대 중반까지 확 줄었다가, 지난주 말부터 점점 증가를 해서 오늘 250명쯤까지 늘었다”며 “현재 모니터링 간호사 15명으로 (환자) 350명까지 안정적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최 간호사의 지도 하에 처음으로 팍스로비드를 투약한 권모(66세)씨는 화상통화를 통해 “근육통이 원래 있던 게 팍스로비드 복용하고 더 진해졌다”며 “(체온은) 36.8~37도를 왔다갔다 한다”고 밝혔다. 증상에 따라 보건소에서 전달한 종합감기약이나 타이레놀 등을 복용해도 된다는 최 간호사의 안내에 권씨는 “혹시 몰라서, 겁나고 걱정돼서 같이 안 먹었다”고 답했다. 권씨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2차까지 접종했으며, 15일 증상이 발현돼 17일 확진됐다.

권씨는 “약 먹고 얼마동안 쓴 맛이 올라왔는데, 3~4시간 지나니까 없어졌다”며 “6시에 물을 마시면 10시~11시까지는 쓴 맛이 올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간호사는 “약 복용하는 동안 그런 증상 많이들 말씀하신다”며 “미지근한 물을 조금씩 자주 드시면 된다”고 안내했다. 

향후 재택치료자가 폭증한다면, 팍스로비드 투약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의료진들은 예상했다. 채 전문의는 “환자 처방 건수가 많아지면 부하가 걸릴 것”이라며 “현재 재택치료 대상군 규모 정도라면 급한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부하가 생길 경우, 약국을 추가 지정하는 등의 방안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 간호사는 “이 정도(현재 관리 환자 250명)는 우리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하루에 7000명 후반대로 확진자가 나올 땐 담당해야 하는 재택치료 환자가 훨씬 많았고, 인력도 지금보다 적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고정 인력도 없었기 때문에 사람이 바뀌면 그 때마다 업무 매뉴얼을 가르쳐야 해서 매우 힘들었다”며 “완벽하게 재택치료 팀이 꾸려진 이후엔 정말 많이 안정화됐고, 업무부담도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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