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9가 백신으로 남아·여아 모두에게 접종했을 때 비용 효과성을 확인한 국내 첫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대한소아감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해당 연구는 한국인 남녀를 대상으로 9가 HPV 백신 접종 시 비용효과성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2가, 4가 HPV 백신을 여성에게만 접종한 경우 △9가 HPV 백신을 12세 남아·여아에게 접종한 경우 △접종 없이 국가 검진만 실시한 경우 등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남녀 모두에게 9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임이 입증됐다.

HPV는 성접촉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남녀 누구나 감염 위험에 노출된다.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원인 바이러스로 알려졌지만, 남성에게도 생식기 사마귀, 항문암 등 HPV 관련 질환을 유발한다. 국제유두종바이러스협회(IPVS)에 따르면, 모든 종류의 암 중에서 5%는 HPV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 12세 미만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 접종을 했을 때 HPV 관련 질환 예방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 유럽연합(EU)의 모델링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아·여아 모두 HPV 백신을 접종했을 경우, 여아가 단독으로 접종했을 때보다 HPV 감염률이 감소했다. 남성에서 HPV 감염이 줄면, 여성에서 나타나는 HPV 감염질환도 감소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서는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을 통해 HPV 2가, 4가 백신이 만 12세 이하 여성 청소년에게 제공되고 있다. 앞서 2016년부터 HPV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으로 지정됐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발표한 ‘초·중학교 입학생 예방접종 확인사업 결과’에 따르면 HPV백신 접종률은 예방접종 사업 시행 전보다 23.7~30.8% 향상돼 2019년에는 81.7%까지 올랐다. 다만,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HPV 백신 무료접종 대상을 만 12세 이하 여성청소년에서 만 17세 이하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남녀 청소년으로 지원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HPV백신은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에 해당하는 17개 종류의 백신 중 유일하게 성별에 따라 접종 대상을 제한하는 백신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된 개정안은 접종 대상의 연령과 성별을 확대해 18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HPV 백신을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어 지난 8월 같은 당 박광온 의원이 여성의 HPV 백신 접종 연령을 만 26세로 확대하고 만 18세 이하의 남성도 접종 대상으로 포함하는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외에서는 남녀 청소년을 대상으로 HPV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HPV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에 도입한 110개국 중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을 포함한 52개국이 여아에서 남아까지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110개국 중 44개국은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 HPV 백신을 9가 백신으로 접종하고 있으며, 그 중 32개국이 남아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OECD 36개국 중 18개국, 국내의 외국약가 참조국인 A7(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중 일본을 제외한 6개국이 HPV 백신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에 남아를 포함하고 있다.

이현주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와 각국의 보건 당국은 HPV 관련 질환을 예방에서 더 나아가 질환의 퇴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남성 청소년 대상 접종하는 등 HPV 예방사업을 확대한다면 자궁경부암을 포함해 HPV 관련 질환의 퇴치까지도 가능할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 접종할 수 있는 HPV 백신은 2가, 4가, 9가 백신 등 3종이다. 각 백신은 표적으로 삼는 바이러스의 수가 다르다. 2가 백신은 16·18번, 4가 백신은 16번·18번·6번·11번, 9가 HPV 백신은 16번·18번·6번·11번·31번·33번·45번·52번·58번 등의 감염을 예방한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