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아 기다려라’… 세계가 주목할 태극전사들

‘베이징아 기다려라’… 세계가 주목할 태극전사들

기사승인 2022-01-31 06:30:01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오는 2월 4일 막을 올린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서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 국내‧외 대회가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 속에서 구슬땀을 흘린 태극전사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한국의 이번 올림픽 메달 수확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메달밭’인 쇼트트랙이 내홍을 겪는 과정에서 전력이 하향되는 등 전력이 다소 떨어졌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 메달 목표를 금메달 1~2개, 종합순위 15위로 전망했다. 앞선 평창 대회와 비교해 대폭 낮아진 메달 전망이다. 

선수단은 이러한 비관적인 시각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여자컬링 국가대표 ‘팀 킴’의 리드 김선영은 지난 5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대한체육회가 예상 금메달 개수를 적게 잡았다고 우리가 메달을 못 따는 게 아니다”라며 “오히려 부담감이 줄었다. 실망하지 않고 더 집중해서 메달획득에 도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태극전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 최민정.   연합뉴스

▲ 한국 쇼트트랙 자존심 지킨다, 최민정·이유빈

에이스 심석희가 선수단 내 분란 유발로 인한 징계, 선발전 3위에 오른 김지유가 부상 여파로 대표팀에서 낙마했지만 쇼트트랙은 여전히 메달 획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목이다.

특히 대표팀 간판 최민정은 지난 평창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금메달을 노린다.

그는 평창 대회에서 금메달을 두 개나 목에 걸었다.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뒤이어 열린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쇼트트랙 월드컵 등 각종 대회에서 부상 등에 시달리며 주춤했으나 최근 열린 월드컵 3차 대회 1000m에서 은메달, 마지막 4차 대회 1000m에선 금메달을 거머쥐며 기대감을 높였다. 

최민정의 경쟁 상대는 현 쇼트트랙 황제 수잔 슐팅(네덜란드)이다. 평창 올림픽 1000m에서 최민정, 심석희가 충돌로 이탈한 뒤 금메달을 획득한 그는 2019년과 202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기량이 만개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월드컵 3차 대회에선 금메달만 9개를 휩쓸었다.

이유빈도 메달 기대주다. 평창 올림픽 여자 계주에서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탠 이유빈은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 여자 1500m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로 세계 랭킹 1위를 기록했다.

에이스 임효준(중국 귀화)을 잃은 남자부는 황대헌에게 기대를 건다. 지난 평창 대회 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황대헌은 1000m에 출전해 메달을 노린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대표 김민석.   AP연합뉴스

▲ ‘우상혁 보며 힘냈다’… 빙속 희망으로 떠오른 김민석

이상화의 은퇴, 이승훈의 기량 저하 등으로 슈퍼스타가 부재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김민석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김민석은 지난 평창 대회 남자 1500m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메달을 따내며 새 역사를 썼다. 팀추월에서도 이승훈, 정재원과 함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4년간 김민석은 꾸준히 기량을 끌어올렸다. 성적도 좋다. 지난해 11월 폴란드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걸었고, 노르웨이에서 열린 2차 대회에서 같은 종목 동메달을 획득했다. 최근 열린 2021-2022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에선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메달을 따내며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세대교체 실패 등으로 남녀 14개 세부 종목 중 6개 종목 출전권을 놓친 가운데, 한국 빙속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 등으로 기량이 주춤한 김민석은 앞선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육상의 새역사를 쓴 우상혁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평창에선 두 종목에 나가 메달 두 개를 획득했는데, 베이징에선 세 종목(1000m, 1500m, 팀추월)에 출전한다. 평창 때보다 더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격이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라서 부담감은 전혀 없다”며 의지를 다졌다. 

여자 컬링 대표 '팀 킴'.   연합뉴스

▲ “영미~~!!” 평창 감동 다시 한 번… 여자 컬링 ‘팀 킴’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김은정·김선영·김초희·김경애·김영미)’은 또 한 번의 기적을 노린다. 

‘팀 킴’은 지난 평창 대회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내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영미~’, ‘안경선배’ 등 각종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이 생기는 등 폭발적인 인기도 누렸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직무대행과 그의 딸인 김민정 전 경북체육회 여자컬링 감독, 사위인 장반석 전 경북체육회 믹스더블 감독으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를 폭로하는 과정에서 성적이 곤두박질 쳤고, 주장 김은정이 출산으로 팀을 이탈하며 크게 흔들렸다.

다행히 2021년 강릉 시청이 컬링 팀을 창단하면서 ‘팀 킴’은 재기에 성공했다. 시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지난해 10월 그랜드슬램 컬링 마스터즈 4강, 11월 아시아태평양 컬링 선수권 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기량을 끌어 올렸고, 천신만고 끝에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김은정은 “컬링 경기가 열리는 베이징 컬링 경기장이 과거 박태환 선수가 수영에서 금메달을 딴 곳으로 안다”며 “저희도 그곳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다”고 열의를 불태웠다.

스노보드 알파인 대표 이상호.   대한스키협회

‘배추 보이’ 이상호, 베이징서 다시 한 번

스키 종목에서는 스노보드 알파인의 ‘배추 보이’ 이상호가 2개 대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강원도 정선군 출신으로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썰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해 ‘배추 보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상호는 2018년 평창에서 은메달을 획득, 한국 스키 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지난 4년간 기량을 꾸준히 끌어올린 그는 이번 대회에선 금메달을 노린다.

이상호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반노예에서 열린 2021-2022 월드컵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코르티나담페초 월드컵에선 2위에 올랐다. 올 시즌에만 월드컵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내며 종합 선두를 기록 중이다. 

행보 자체가 대한민국 스노보드의 역사인 이상호의 다음 발걸음에 기대가 모인다.

스켈레톤 대표 정승기.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스켈레톤, 정승기도 있어요

평창 대회에서 윤성빈은 스켈레톤 금메달을 따내며 아시아 썰매의 새 역사를 썼다. 당시 ‘아이언맨’ 헬멧을 쓰고 트랙을 쏜살같이 미끄러져가는 윤성빈의 모습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윤성빈의 메달 획득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치러진 2021-2022시즌 월드컵에서 부진에 빠졌다. 마지막 8차 대회까지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윤성빈 스스로도 메달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그는 지난 26일 진행된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비대면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냉정하게 봤을 때 지금 성적으로는 메달이 사실 힘들다”라고 진단했다. 부진 이유에 대해선 “내가 잘 못 해서다. 남 탓할 것도, 환경 탓할 것도 없다. 내가 자초한 일이다”라고 말하면서 “경기까지는 2주 남았는데 내 기량을 변화시키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윤성빈이 주춤한 가운데, 스켈레톤의 희망으로 떠오른 선수는 정승기다. 지난 평창 대회 개회식에서 썰매 유망주로 오륜기를 들고 입장했던 그는, 최근 열린 월드컵 6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대표팀에 유일한 메달을 안겼다. 자신의 생애 첫 월드컵 메달이었다.

정승기는 미디어데이에서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승리보다는 최대한 완벽하게 옌칭 트랙을 타는 게 목표”라면서도 “(누가 메달을 딸지는) 경기를 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메달) 욕심도 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피겨 남자 대표 차준환.   연합뉴스

‘빙상 왕자’ 차준환, 내친김에 올림픽 메달까지?

남자 피겨의 희망 차준환도 상승세를 이어 올림픽 메달을 노린다. 

평창 대회에서 피겨스케이팅 한국 남자 싱글 사상 최고 순위인 15위에 오른 차준환은 지난해 11월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3일에는 ISU 4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999년부터 매년 열린 4대륙 대회에서 한국 남자 싱글 선수가 우승한 것은 물론, 메달을 획득한 것도 차준환이 처음이다.

4대륙 대회에서 기록한 총점 273.22점은 2020 4대륙대회에서 세운 자신의 총점 최고점(265.43점)을 7.79점이나 끌어올린 기록이다. 그가 베이징에서도 ‘필살기’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앞세워 시상대에 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밖에 페이스 메이커에서 빙속 장거리 간판으로 떠오른 정재원, 지난 대회에서의 아픔을 딛고 빙판을 누빌 김보름 등의 깜짝 메달 가능성도 열려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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