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데이식스 멤버 원필은 요즘 말로 ‘n잡러’(직업 여러 개를 가진 사람)다. 그는 가수고, 작곡가며, 카메라 앞과 무대 위를 오가는 배우다. 7일 오후 6시 발매하는 첫 솔로 음반 ‘필모그래피’(Pilmography)에서 그는 소설가가 된다. 이별과 재회를 주제로, 한 편의 이야기를 엮듯 음반을 구성해서다. 이날 온라인에 공개된 간담회 영상에서 원필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눌러 담아서 의미 있는 음반”이라며 “팬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 “단 한 사람이라도 위로 받을 수 있길”
데이식스로 데뷔한 지 7년 만에 처음 내는 솔로 음반. 원필은 데이식스 음악과 솔로 음반을 구분하려 애쓰지 않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곧 데이식스 음악이고, 그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원필은 “솔로 음반이지만 나 혼자만의 음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데이식스 음악에 내 색깔 한 스푼을 넣어 만든 음반”이라고 소개했다. 데이식스 이름으로 낸 130여 곡 중 100곡 이상을 작사 혹은 작곡한 그는 솔로 음반에 실린 10곡도 직접 만들었다. 방대한 자작곡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위로’. 원필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한 명이라도 조금이나마 위로 받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었다”며 “이번 음반을 만들면서도 (듣는 사람과) 같이 이겨내고 싶다, 함께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돌아봤다.
△ “팬덤 마이데이가 내 원동력이자 행복”
활동 반경이 넓은 만큼 원필은 바쁘다. 그는 연기 데뷔작인 웹드라마 ‘일진에게 반했을 때’를 촬영하던 지난해 8~12월 ‘필모그래피’를 만들었다. 가사를 쓰느라 밤을 꼬박 지새우고 드라마 촬영장으로 가는 날도 있었다. 음반 작업 전엔 데이식스 유닛 활동과 뮤지컬 ‘태양의 노래’ 공연을 병행했다. 그가 숨 가쁘게 일하는 이유는 팬들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이후로 공연을 자주 열 수 없게 되자, 어떤 창구로든 팬들에게 자기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도전을 거듭했다고 한다. 원필은 “진부한 말이지만 내 원동력은 팬덤 마이데이다. 마이데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내게 가장 큰 힘이자 행복”이라며 “오래오래 따뜻함이 남는 아티스트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오는 3월엔 단독 공연도 연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3만명 대까지 치솟은 상황이지만, “방역수칙을 준수해 안전하게 팬들을 만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 “더 나은 내가 돼 웃으며 나타날 거예요”
데이식스 팬들에게도 ‘필모그래피’는 귀한 음반이다. 데이식스 세 멤버가 연이어 입대한데다, 멤버였던 제이가 지난달 팀을 탈퇴하는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나온 음반이라서다. 원필은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는 부담은 언제나 있었다. (멤버 탈퇴와 입대로 인해)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했다. 1994년생인 그 역시 군 복무를 눈앞에 뒀다. 원필이 입대하면 데이식스는 자연스레 2년 가까이 공백기를 갖게 된다. 원필은 이 시기를 “여백”이라고 표현하며 “좋은 그림에 적당한 여백이 필요하듯, 다시 데이식스로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더욱 성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런 마음은 음반 마지막 곡 ‘행운을 빌어줘’에도 담겼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원필은 이 곡에서 ‘더 나은 내가 되어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드러낸다. 원필은 “내가 돌아올 땐 더 나은 모습으로 웃으면 나타날 것”이라면서 “30대가 돼도 지금처럼 변함없이 데이식스 색깔을 보여주고 싶다. 인간 김원필도 변함없이 장난기 많고 철들지 않은 모습이길 바란다”고 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