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방역지침 변경, 국민은 혼란 [기자수첩]

잦은 방역지침 변경, 국민은 혼란 [기자수첩]

기사승인 2022-02-10 04:30:01
“그저께 거래처 직원이랑 커피 마셨는데, 확진이래. 나 밀접접촉자야? 검사 받아야 해?”

하루에도 수차례 듣는 질문이다. 지침이 자꾸 변경되면서 국민의 혼란이 풀리지 않고 쌓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의 영향으로 이제 일일 확진자 수는 수만명까지 올라섰다. 정부는 이달 말 13만~17만명의 일일 확진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체계를 바꾸고 있다. 

한국의 방역정책은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 이전까지는 완전한 억제 정책에 가까웠다. 모든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감염원을 찾아내 확산을 방지했다. 크고 작은 파고를 거쳤지만, 해외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적절하게 막아냈다. 11월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 시기와 2차 접종 효과감소의 시기가 묘하게 겹치면서 위중증환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후 병상 부족으로 병상에 가지 못하고 자택에서 대기하는 이들도 생겨났고, 다시 강경한 억제전략으로 복귀했다.

이후 오미크론 변이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정부는 확진자 폭증에 대비하기 위해 방역정책의 방향을 급격히 전환했다. 확진자의 동선 파악, 격리 등도 최소화하고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관리해 위중증률과 치명률을 낮추는 전략을 택했다.

이러한 과정에 사적모임 허용인원은 2명에서 10명까지 왔다 갔다 했고, 영업제한 시간도 오후 9~12시 사이에서 계속 바뀌었다. 이제는 사적모임 6인, 카페·식당 영업시간을 9시로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 또 바뀔지 모른다. 

해외에서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폭증했던 사례를 봤으면서 왜 대처가 늦냐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에서만 100만명, 유럽에서 70만명의 확진자가 나왔던 지난 1월, 우리는 이미 오미크론에 대응하는 체계로 전환하거나 준비했어야 한다. 높은 백신 접종률과 국민의 개인방역수칙 준수로 다소 유행 시기가 뒤처졌을 뿐이었다. 

지난 3일부터는 고위험군만 PCR 검사를 받고, 그 외에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돼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바뀌었다. 앞서 역학조사 진행하고 접촉자를 구분해 모두 PCR 검사했던 것에서 크게 전환된 것이다. 

9일부터는 증상·예방접종력에 무관하게 확진자는 검체 채취일로부터 7일 격리되고, 접촉자 중엔 미접종 동거인과 감염취약시설 밀접접촉자만 격리된다. 10일부터 재택치료자는 ‘일반관리군’과 ‘집중관리군’으로 나뉜다. 60세 이상, 50대 기저질환자 등에게는 1일 2회 모니터링을 하지만, 일반의료기관은 별도의 모니터링이 없다. 

당국은 지침·관리의 효율화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변경에 불과하다. 마치 방역을 놓아버린 듯한 느낌도 들어 오히려 불안과 혼란에 빠지게 됐다.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최선의 방역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원은 이미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고, 확진자가 얼마나 늘지도 이미 전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에 다다르고 나서야 대응책을 제시하는 것 같아 아쉽다. 앞서 병상 부족도 그랬고, 재택치료 관리도 그렇다. 보다 신속하게 체계 전환을 고민하고 이를 먼저 알리는 방식이 필요했다고 본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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