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누구에게 어떻게 써야 하나

코로나19 치료제, 누구에게 어떻게 써야 하나

한국과총·의학한림원·과학기술한림원 공동포럼 개최
“투약 및 예후 정보 종합·공유 인프라 필요”

기사승인 2022-02-10 19:42:55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유튜브 실시간 중계 갈무리.

10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온라인 공동포럼에서 의학계 전문가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 및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정보를 정부·연구자·의료진이 통합적으로 공유하고, 국내 환자들에 적합한 용법을 정립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입을 모았다.

이날 개회사에서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국내에서 ‘팍스로비드’가 승인돼 지난달부터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지만, 병용 투여가 금지된 약물이 많아 처방률이 낮은 편이다”라며 “치료제에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 출현을 모니터링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백신 및 치료제로 일부 경감됐다”면서도 “안전하고 적절한 치료제 사용이 관건이다”라며 “해외에서 개발된 치료제인만큼, 우리나라의 임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항바이러스제를 코로나19에 맞서는 무기로 확보한 것은 다행이지만, 적응증을 비롯해 다양한 금기사항을 확인해야 한다”며 “환자에게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식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허경민 성균관대 감염내과 교수, 윤영경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교수, 이지연 계명대학교 감염내과 교수.

이어 주제발표는 △허경민 성균관대학교 감염내과 교수의 ‘항바이러스제 효과와 안전성’ △윤영경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교수의 ‘코로나19 치료제 적정사용과 의료 대비’ △이지연 계명대학교 감염내과 교수의 ‘단클론항체 치료제: 치료 경험과 전망’ 순으로 진행됐다. 

허 교수는 현재까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활용된 약물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정맥 투여하는 치료제 ‘렘데시비르’의 경우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경우 효과성에 대한 유의미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투여를 권고하지 않고 있다. 대한감염학회, 미국감염학회, 미국 및 유럽 중환자학회는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 일부에 투여할 수 있다는 약한 수준의 조건부 권고를 하고 있다.

알약 제형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서도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아직까지 충분한 임상시험 자료가 축적되지 않았지만, 팍스로비드 투약군 1039명 중 입원 및 사망 비율은 0.8%로 집계돼 위약군(6.3%)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다만, 체내 대사 과정에서 매우 다양한 약제와 복잡한 상호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투약이 까다롭다. 특히 심부전 및 간부전 환자에 투약할 수 없으며, 임신부, 수유중인 여성, 소아에 대해서는 임상 데이터가 없어 투약하지 못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승인되지 않은 ‘라게브리오’ 역시 팍스로비드와 같은 알약 제형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이외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도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인 피리미딘 대사 경로를 통해 제거되기 때문에 팍스로비드와 달리 간이나 신장기능에 따른 용량조절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등의 독성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에 임신 중인 여성, 임신을 계획 중인 남성 및 여성에게 권고되지 않는다. 소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임상 데이터가 없어 투약하지 못한다.

두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윤 교수는 코로나19 치료제의 안정적이고 공정한 분배 방안에 대해 논했다. 그에 따르면 감염병의 대유행 상황에서 희소한 자원은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식으로 분배하는 것이 기본이다. 불가피하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경우,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에 기초해 경제력, 인종, 사회적 지위 등을 배제한 공정성이 필수적이다. 중증환자 우선 원칙, 코로나19 환자와 비 코로나19 환자 사이의 공평성 원칙도 중요한 요소다.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치료제를 배분하는 방식은 접합하지 않다. 백신 접종률 향상에 기여할 수 있지만, 의학적 이유로 접종하지 못한 환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울러 백신 접종자가 사회적 요인에 의해 코로나19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효과적인 분배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연령을 치료제 분배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볼 수 없다. 고령이라는 위험 요인이 백신 접종 전과 후에 어떻게 변화하는지, 연령대에 따라 코로나19 감염 취약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 중론이다. 윤 교수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나이, 기저질환, 장애 등의 요소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 하려면 코로나19의 장기적 예후보다는 단기적 예후를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세번째 주제발표를 진행한 이 교수는 정맥주사로 투약하는 항체치료제에 대해 설명했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에 달라붙어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입할 수 없도록 막는 기전이다. 때문에 감염 초기에 투약할 수록 높은 효과를 보인다. 세포에 침입하지 못한 바이러스는 인체 면역체계에 의해 사멸하게 된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승인을 받은 약제로는 ‘밤라니비맙’, ‘카시리비맙’, ‘소트로비맙’, ‘실가비맙’ 등 4종이 있다. 특히, 실가비맙의 경우 치료보다는 예방적 사용 목적으로 긴급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렉키로나’가 개발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허가를 얻었는데, FDA 긴급승인은 받지 않은 상태다.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항체치료제는 렉키로나가 유일하다. 60분 동안 1회 투약하는 방식이다. 렉키로나는 고위험군에서 중증환자 발생률을 72% 감소시키는 효과가 확인됐다. 치료 기간은 4.7일 이상 단축했으며, 투약 7일째 바이러스 역가를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 현재 국내에서는 만 50세를 초과하는 환자, 비만, 고혈압 또는 당뇨 등 심혈관계 질환자, 면역저하자 등에 투약할 수 있다. 

왼쪽부터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김성한 울산대학교 감염내과 교수,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엄중식 가천대학교 감염내과 교수. 

패널 토론에서는 백 이사장을 좌장으로 △김성한 울산대학교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가천대학교 감염내과 교수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곽진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환자관리팀장이 참석해 의견을 공유했다.

김 교수는 치료제 사용·분배 정책과 동시에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델타에 맞춰진 의료대응 체계와 병상을 신속히 오미크론에 적합하게 전환해야 한다”며 “이식 수술, 심내막염 등을 경험한 환자의 확진에 대비하는 병상이 필요하고, 충수돌기염 등을 이유로 응급수술을 받은 환자의 확진에 대처하는 체계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산모와 소아, 신생아 확진을 위한 병상도 필요하다”며 “향후 1~2주 내 확진자가 더욱 폭증하면 현재 마련된 병상으로는 감당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정부와 전문가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며 얻는 자료와 데이터들,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 자료, 학회와 질병관리청의 연구자료 등이 분절적으로 산재하고 있다”며 “정부, 학계, 의료계가 협업해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다양한 정보를 통합적으로 정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임신부 접종을 적극적으로 권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 교수는 “앞으로 확진자가 더욱 급격히 증가하면서 임신부 확진자도 늘어날 것”이라며 “분만할 수 있는 병상이 부족한 것은 물론, 임신부는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진료에 어려움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기자는 서울 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 수준의 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만과 수술이 가능하고 암 환자, 심각한 외상을 입은 환자, 뇌출혈 환자 등도 진료할 수 있는 규모의 감염관리센터가 서울 이외에도 여러 곳에 생겨야 한다”며 “병원과 의료진들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면서 감수해야 하는 부담과 과중한 업무를 완화하기 위한 응급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 팀장은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치료제 도입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국내외 개발 및 임상시험 현황, 해외 기관의 허가 상황을 파악하고, 각 약제들을 비교해 우리나라에 들여와야 할 필요성이 높은 후보를 선정한다”며 “렘데시비르, 렉키로나, 팍스로비드 세가지 모두 정부가 직접 구매해 공급하고, 환자 부담 비용은 무료인 체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제 구입이 선구매 계약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필요한 수량을 필요한 시기에 도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향후 국내 환자 발생 규모와 처방률 등을 추계하고, 글로벌 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 가능한 수량을 고려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팍스로비드 처방 및 투약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약 3000명에 대해서 투약 이뤄졌는데, 현장에서 처방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하지만, 앞서 도입된 렘데시비르와 렉키로나 등의 치료제들도 초기에는 처방률이 낮다가 수개월에 걸쳐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곽 팀장은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는 주로 감염내과 전문의가 다루고 있지만, 점차 다양한 분야의 의사들이 코로나19 관련 환자를 진료하게 될 것”이라며 “연구자와 의료진들이 지식정보를 원활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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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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