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을 활용한 상속의 지혜 [금진호의 경제 톡톡]

금융상품을 활용한 상속의 지혜 [금진호의 경제 톡톡]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기사승인 2022-02-14 08:32:02
금진호 연구위원
최근 미국에서는 재산뿐만 아니라 부모의 철학과 가치관까지 물려주는 새로운 차원의 유산상속, 바로 ‘레거시 설계(Legacy Planning)’가 유행하고 있다. 이 레거시 설계는 3가지 뜻이 있는데 첫 번째는 지금껏 자신이 모은 재산을 자자손손 물려주는 것이고, 두 번째는 후대에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전수하는 것을 말하며, 세 번째는 자선이나 기부를 통해 세상에 자신들의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선 사전에 자녀들에게 재산 일부를 증여하고 나머지는 사회에 다양한 형태로 환원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은 왜 상속에 실패할까? 상속에 대한 분쟁이 왜 일어날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부모들이 끝까지 재산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병석에서까지 움켜쥐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가장 효도한 자녀에게 재산을 주겠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열의 여덟은 부모가 죽고 난 뒤 자식들 간에 재산싸움이 일어난다. 상속에 대한 계획을 사전에 세우고 가족들 간에 상속에 관한 대화와 가족들의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속을 잘 해야 자손들의 관계도 잘 유지된다. 

작년 11월에 형제자매를 유류분청구권자에서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이는 유류분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유류분 제도는 여전히 직계비속, 직계존속 또는 배우자 간 청구가 가능하기에 그 분쟁 건수는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현명한 부모가 유류분 분쟁을 사전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선택할 방법으로 "유언대용신탁"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제도에 의하면 선 순위 상속권자가 있는 경우 후 순위 상속권자는 상속을 받을 수 없고, 동 순위 상속권자들은 별도의 유언 등이 없는 한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을 받게 된다. 다만 유언에 따라 상속인 중 일부에게 상속재산이 과다하게 상속되어 다른 공동상속인의 피 상속 권리가 침해되는 경우, 다른 상속인은 그 상속인에 대하여 유류분만큼 돌려 달라는 청구를 할 수 있다. 이것이 유류분 제도의 핵심이다.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행위로부터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법정상속분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을 유류분으로 산정하여 상속인의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와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해 주기 위하여 1977년 도입되었다. 당시 장자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하는 시대적인 배경에서 다른 유족의 최소 생활을 보장하고자 도입된 제도인데, 장자 중심의 상속문화에서 모든 자녀는 물론 딸(여성)에게까지 상속이 이뤄지는 인식 변화에 따라 유류분 분쟁은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유류분 상속이 진행되면 그 상속인의 관계는 완전히 깨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속재산에 대한 분쟁을 최소화하고 예방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신탁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요즘 유행하고 있다. 모 증권사에서는 신탁제도를 방송 CF로 결정하여 계속 방영하고 있으니 그만큼 중요한 상속 대응 방법이다.

신탁상품 중 유언대용신탁은 수탁자(금융기관)와 위탁자(피상속인) 사이에 신탁계약을 체결하여 위탁자는 유언을 대신하여 본인의 사후에 일어날 재산의 관리, 처분 등을 수탁자가 집행하는 계약이다. 특약 사항을 통해 본인의 자산(부동산, 유가증권 등)에 대한 신탁재산목록을 기재하고, 생전과 사후 수익자를 지정하여 위탁자와 계약을 체결한다.

신탁계약을 체결하면 소유권이 수탁자인 신탁회사로 이전되기 때문에 위탁자와 수익자의 채권 강제집행에 적용받지 않는다. 따라서 상속인의 유류분 대상에서 제외되는 아주 기능적인 가치가 있다. 사망 1년 전에 신탁된 재산은 상속재산에 포함되는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가 아닌 제3자(금융기관)에 대한 증여이므로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이 아니라고 보아 유류분청구권자가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반면 위탁자는 원하는 경우 신탁계약을 해지하여 신탁재산의 소유권을 다시 찾을 수도 있다.

100세를 살아가는 과정에서 ‘상속’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숙제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돈은 쓰는 것보다 베푸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자녀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과거 상속이 철저하게 자식과 후세를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사회와 이웃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부모의 유훈과 당부의 내용을 글이나 영상으로 남기면 자손들이 대대로 추모할 수 있다. 이런 준비를 하는 것도 매우 아름다운 상속의 방법이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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