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약물을 복용해 논란에 휩싸인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가 여자 싱글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표출하고 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 14일(한국시간) 도핑 위반 통보를 받은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예바의 징계를 철회한 것과 관련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발리예바는 오는 15일에 예정된 피겨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주요 외신은 지난 8일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에서 열린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실시한 도핑 검사에서 트리메타지딘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후 RUSADA는 발리예바의 자격 정지를 결정했다가 이를 철회했다. 이에 IOC와 WADA는 반발하며 CAS에 제소했다.
그러나 CAS는 발리예바가 만 16세 이하 보호선수에 해당하는 점을 들어 이를 기각하고 발리예바의 경기 출전 결정을 내렸다. 또 발리예바의 도핑 양성 반응 통보가 너무 늦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CAS는 올림픽 기간 중 양성 사실이 통보되면서 발리예바가 법적 조치를 할 시간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CAS의 결정을 두고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CAS의 발표 이후 "우린 15일 개인전에 발리예바와 선수들을 지원할 것"이라면서 "오늘의 최고의 뉴스"라고 기쁨을 전했다.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CAS의 결정에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IOC측은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IOC는 발리예바의 출전을 허가한다”며 “다만 모든 선수들의 공정성을 위해 지난 7일 획득한 금메달 시상식은 물론, 오는 17일 여자 싱글에서 발리예바가 3위 안에 든다면 메달 시상식을 열지 않겠다”고 메달 적격성을 증명할 때까지 시상식을 열지 않겠다는 조치를 취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발리예바와 같은 종목에 출전하는 김예림은 지난 14일 공식 훈련을 마친 뒤 “대다수 선수는 이 일에 관해 안 좋게 생각한다”며 “한 미국 선수와 이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는데, (정상 출전은) 공정하지 않은 것 같다고 이야기하더라. 나 역시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동계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5위를 차지한 차준환은 해당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이런 문제가 발생해 정말 안타깝다”며 “도핑은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스포츠에서는 깨끗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사태를 꼬집었다.
피겨 스케이팅의 전설 김연아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자신의 SNS에 검은 이미지와 함께 영어로 “도핑 규정을 위반한 선수는 경기에 참가할 수 없다”며 “이 원칙은 예외 없이 준수돼야 한다.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하다”고 게시글을 올렸다.
미국 육상스타 샤캐리 리처드슨은 “CAS의 결정은 정당하게 경쟁하는 모든 선수들의 뺨을 때리는 일”이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2020년 USADA(미국반도핑기구)는 리처드슨의 도핑 검사 결과 마리화나가 검출돼 출장 정지 처분과 올림픽 출전권을 박탈했다. 당시 그녀는 한동안 떨어져 살던 생모의 사망 소식을 듣고 슬픔에 잠겼고 마약을 했다.
그는 이어 “내가 보기에 유일한 차이는 내가 흑인 여성이라서다. 모든 건 피부색에 달려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