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향해 분양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압박이 점차 커지고 있다. 반면 LH는 분양원가가 모두 공개될 경우 불필요한 사회 분란을 조장하고, 주택 품질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고 버티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1년 이후 LH가 경기도에서 분양한 62개 단지의 분양원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 추산에 따르면 62개 단지의 분양원가는 2011년 평당 872만원에서 2021년 평당 1053만원으로 나왔다. 반면 실제 분양가는 2011년 874만원에서 2021년 1221만원으로 62개 단지 전체에서 총 1조1876억원의 차액이 발생했다.
경실련은 이같은 분석결과를 발표하면서 LH의 원가공개를 촉구했다. 특히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를 향해 LH 원가공개를 위한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 줄 것을 요구했다.
김성달 경실련 국장은 “이재명 후보는 이미 원가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차기 정부가 아니라 집권 여당인 상황에서 지금 하면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후보는 원가주택을 이야기 하는데 원가 공개에 대한 찬반 입장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원가주택을 공급하면 현재 LH가 분양가상한제 아래에서 분양가를 부풀려 이익을 가져가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LH를 향한 원가공개 압박은 여타 건설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거부에서 공개로 입장을 전환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SH는 지난 1월 17일 2016∼2018년 분양한 단지의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공개에 이어 두 번째 공개다.
김현동 SH사장은 이 자리에서 “SH는 분양원가와 상세한 설계·도급내역을 공개하는데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주택 건설업자와 협약한 내용만 공개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아예 분양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3~4차 사전 청약의 경우 SH가 4억원에 분양한 아파트보다 2배 가까운 청약 대금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은 두 배 가격으로 분양돼 민간에 폭리를 취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국감에서도 LH의 원가공개는 단골 소재다.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문진석 의원은 “LH는 조직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만큼 분양·건설원가 정보 공개와 함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LH가 국민으로부터 다시 사랑받고 신뢰받는 기관으로 재탄생해야한다”고 당부했다.
LH는 계속되는 압박에도 불가피하게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먼저 적정 분양원가를 두고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원가가 공개될 경우 분양 단지마다 적정성 논란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건설공기업인 LH가 원가공개에 나설 경우 민간으로 공개 요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가지고 있다. 민간 부문의 원가공개는 공급 축소와 품질 저하를 불러와 오히려 시장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현재까지 원가공개가 불가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원가공개에 대한 부작용이 있어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건에 대해서만 공개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