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세븐 제이비와 작업한 이 남자, “언젠간 윤도현과도” [쿠키인터뷰]

갓세븐 제이비와 작업한 이 남자, “언젠간 윤도현과도”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2-17 06:00:16
싱어송라이터 NXPS. 푸이

지난 9일 새벽 음원사이트 지니 실시간 차트에 낯선 노래가 나타났다. 깜짝 역주행 주인공은 2020년 데뷔한 신인 싱어송라이터 NXPS. 그는 전날 발표한 노래 ‘나잇’(NIGHT)으로 실시간 차트에서 최고 4위까지 올라갔다. 트로트 스타 임영웅보다도 한 계단 높은 순위였다. “임영웅 팬인 엄마에게 자랑했더니, ‘기계음이 들어간 노래는 인정할 수 없다’고 하시던데요?” 15일 서울 역삼동 푸이(phooey) 사무실에서 만난 NXPS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역주행의 비밀은 피처링에 있다. ‘나잇’에 피처링한 데프(Def.)는 아이돌 그룹 갓세븐 멤버인 제이비의 또 다른 예명이다. 그는6년 전부터 음악 공유 플랫폼인 사운드클라우드에 데프라는 이름으로 자작곡을 공유해왔다. 프로듀서 딥샤워 소개로 데프와 안면을 튼 NXPS는 ‘나잇’을 작업하며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평소 왕래가 잦은 편이 아니었는데도, 데프는 피처링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입소문은 해외 팬들에게도 번졌다. 유튜브에 올라온 ‘나잇’ 뮤직비디오엔 “This is masterpiece”(명곡이야·영어) “Maravillosa”(훌륭해·스페인어) 등 외국어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날이 오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2020년 11월 첫 미니음반 ‘이스케이프.1’(ESCAPE.1)을 낸 뒤 한동안 방황했다. 잠잘 시간도 쪼개가며 애를 써서 만들었는데, 정작 결과물이 성에 차지 않아서였다. 몇몇 뮤지션들에게 협업을 제안해봤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기획사 없이 혼자서 음반을 제작하다보니 돈 문제로도 골치가 아팠다. 음악만으로는 생계가 해결되지 않아 생업에 뛰어들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지며 일자리를 잃었다. ‘음악을 그만 둬야 하나.’ 꿈을 찾아 경북 경주에서 상경한 청년은 고민에 빠졌다.

NXPS 신곡 ‘나잇’ 표지. 푸이

상념 속에 보낸 밤들은 ‘나잇’을 만드는 땔감이 됐다. “저는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지내고 있어요. 외로움에 무뎌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이 곡 가사를 쓰면서 내가 외로웠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렇다고 ‘나잇’에 자기만의 밤을 노래하진 않았다. “밤에서 떠오르는 여러 단상들을 담고 싶었어요. 잠 자는 밤, 술 한 잔 기울이는 밤,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는 밤…. 모두의 밤을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지난 음반에서 록과 힙합이 기묘하게 섞인 음악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NXPS는 ‘나잇’에서 부드러운 멜로디로 듣는 이의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는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며 “이전 음반을 만들 때보다 실력이 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4월에는 ‘나잇’이 실린 미니음반도 낼 계획이다. 수록곡 모두 다른 뮤지션들과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피처링 가수를 섭외하지 못했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NXPS가 특히 공 들인 과정은 편곡과 작사.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듣기 편한 곡을 쓰되, 자기 삶의 이야기를 시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단다. “왜 이런 내용을 썼는지 해석하게 하고, 왜 이런 라임(운율)을 넣었는지 궁금증을 남기는 가사를 쓰고 싶어요. 소리는 밴드 악기로 풀어냈지만 노랫말은 서정적으로 풀어내려고 했습니다.”

NXPS. 푸이

NXPS의 음악 세계는 여러 장르로 뒤섞였다. 중학생 땐 그룹 SG워너비, 먼데이키즈 등을 동경하며 가수가 되리라는 꿈을 키웠고, 대학교에서는 재즈를 배웠다. 힙합에 관심을 둔 것도 그 즈음이었다. ‘틀에 박힌 과제로 경쟁하고 싶지 않다’며 정기연주회에서 재즈 연주에 랩을 얹어 공연한 게 시작이었다. 독학으로 익힌 힙합과 학교에서 배운 화성학이 결합해 남들과 다른 한끗 차이가 만들어졌다. NXPS는 영국의 전설적인 펑크 록밴드 섹스피스톨즈에게서도 영향을 크게 받아 음악에 록 사운드를 즐겨 넣는다. 예명 ‘NXPS’의 ‘XPS’도 섹스피스톨즈에서 따온 글자다.

독특한 이력 덕분일까. NXPS는 “록 사운드를 내는 힙합 아티스트가 몇몇 있지만 내 음악은 조금 다른 느낌”이라고 자신한다. 때론 이런 이질감이 낯섦으로 다가갈까 걱정하면서도, ‘나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을 놓지 않는다고 했다. “외국 사운드에 한국적이고 서정적인 가사를 붙인 ‘K록’을 개척하고 싶다”며 한국 록의 대부·대모 격인 밴드 YB의 윤도현과 체리필터 멤버 조유진에게 피처링을 부탁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지만, NXPS는 “언젠가는 (협업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NXPS는 “어떻게든 기억되는 가수”가 되고 싶다.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지만 스치면 잊히는 게 관계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잊지 않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어떻게’ 기억되기보단 ‘어떻게든’ 기억되고 싶어요.” 2020년 4월 데뷔해 싱글 1장과 미니음반 1장을 낸 그가 이번 달 정산 받은 저작권료는 약 4500원. 그래도 NXPS는 기죽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내 음악을 그만큼 들어준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면서 “‘원 히트 원더’(한 곡만 히트시키고 사라진 가수)로 남기보단 꾸준히 음악을 만들고 부르며 나만의 멋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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