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소년부를 담당하는 판사는 20여명. 그들이 매년 3만 건이 넘는 소년범 사건을 판결한다. 오는 25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다. 4년간 전국 각지의 소년원과 청소년 회복센터, 지방법원을 오가며 50~60명을 취재한 김민석 작가의 작품이다. 22일 열린 ‘소년심판’ 온라인 제작발표회에 개성 강한 네 명의 판사 역할을 맡은 배우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이 참석했다. 김민석 작가와 홍종찬 감독까지 드라마를 제작하며 고민하고 생각했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처음 갔을 때 두 팔 벌려 환영해주셨어요”
법정 드라마를 보던 김민석 작가는 생각했다. 가만히 앉아서 검사와 변호사의 이야기를 듣는 판사들의 삶은 어땠을까. 조사하면서 가사사건, 그 중에서도 소년부 판사들의 이야기를 알게 됐다. 이후 취재 과정에서 각 시설장들, 변호사들이 “잘 좀 써주세요”라며 적극 환영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김 작가는 “‘소년심판’이 범죄물이나 법정물로 분류되겠지만, 가족극이라고 생각하면서 썼다”며 “소년범죄 사건이 하나 터지면 얼마나 많은 파장이 일어나고 그 안에서 어떤 고통을 받는지에 집중하면서 썼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소년범 한명의 문제는 아니었다. 홍종찬 감독은 “우리 사회 근원적인 문제가 많이 얽혀있다고 생각했다”며 “드라마가 답을 제시하는 건 아니다. 다양한 시각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만들었다”고 말했다.
△ “굉장히 무거웠던 소년법정의 공기가 기억나요”
생각하는 것과 눈으로 직접 본 현실은 달랐다. 김혜수는 “평소 (소년범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현역에서 실제 일하는 판사님들의 생각을 듣고, 그동안 제가 가졌던 관심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감독과 배우들도 촬영 전 소년법정을 직접 참관했다. 홍 감독은 “소년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서 있는 자세와 몸짓, 말투, 입은 옷이 다 달랐다. 연기를 처음 해보는 배우들들이 더 자유롭게 개성을 표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김무열도 “소년법정 판사님들이 처분을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을 할 수 있는 무게인가 싶을 정도였다. 비현실적으로 무거웠다”고 털어놨다.
△ “실제 소년범죄에서 강력범죄는 1%”
이날 제작발표회에선 작품이 얼마나 재밌는지, 얼마나 즐겁게 촬영했는지에 대한 얘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대신 소년범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촬영했는지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뤘다. 김 작가는 “드라마의 재미도 중요하겠지만,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에게 누가 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너무 몰입하거나, 가해자를 변론하고 있는 건 아닌지 경계하면서 썼다. 김혜수는 소년범죄가 대부분 강력범죄인 건 아니라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나머지 범죄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얘기하는 판사님에 말을 듣고 무겁게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성민은 “이 문제가 과연 아이들만의 문제일까”라며 사회적 책임감을 언급했고, 이정은은 “형량을 받은 친구들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법적인 측면에서만 따질 것이 아니라, 여러 면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돌아봤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