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질문, 왜 답 안하셨어요?” 후보 캠프에 물었다

“시민단체 질문, 왜 답 안하셨어요?” 후보 캠프에 물었다

기사승인 2022-02-23 06:41:01

-유권자 대신한 정책 질의에 무응답
-시민단체 “기한 충분히 줬는데…당선 이후는 어떨지 우려”
-安 “송구하다”·李 “확인 안돼”…尹 답 없어

제20대 대통령 선거 벽보 부착을 시작한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벽보를 붙이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보름 남았다. 시민사회 정책 질의를 대하는 대선 후보의 태도가 불성실하다. 충분한 시간을 줬음에도 무응답하거나, 분야를 골라 답변하고 있다. 

시민단체 탈핵부산시민연대(이하 탈핵연대)는 21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후보 정책 질의 결과를 발표했다. 탈핵연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 등에게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철회와 노후핵발전소 고리2호기 폐쇄에 대한 정책을 물었다.

윤 후보, 안 후보, 김 후보는 답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고리2호기는 수명 연장 없이 종료하겠다고 답했으나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대해서는 ‘지역 주민 의견을 청취해 보완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심 후보는 두 사안에 모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핵연대는 기자회견에서 무응답한 후보들을 겨냥해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과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은 부울경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이들 후보는 부울경 시민에게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했다”고 비판했다.
동물권대선대응연대.

비단 핵폐기 정책뿐일까. 다양한 분야의 시민단체가 유권자를 대신해 현안에 대한 후보 4명의 의견을 물었다. 후보들은 분야를 취사선택해 답변했다.

시민단체들이 모인 동물권대선대응연대(동물권연대)는 지난 17일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생명존중문화 확산 △동물복지 실현을 위한 사회적 기반 마련 △책임있는 반려동물 문화 형성 △지속가능한 농장동물 정책 마련 △야생동물 보호 및 생물다양성 보전 등 5대 과제 및 18개 세부 과제를 후보들에 제안했다. 또 공약으로서 수용 여부를 물었다.

동물권연대 질의에 안 후보는 답하지 않았다. 이 후보와 심 후보는 ‘모두 수용’이라고 답했다. 윤 후보는 개식용 산업 종식에 수용의사를 밝히면서도 ‘사회적 합의결과’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정책을 묻는 질문에는 후보 3명이 답변을 거부했다. 이 후보, 윤 후보, 안 후보다. 시민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비정규직이제그만)은 같은날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사용 금지 △특수고용·플랫폼·이주노동자 노동 기본권 보장 △5인 미만 사업장 노동권 보장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개정 등 10개 분야에 대한 정책 질의서를 보낸 결과를 공개했다. 심 후보는 비정규직 제도의 근본적 폐기에 동의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군인권센터.

병역제도 개편과 관련한 정책 질의에는 윤 후보가 무응답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나라살림연구소와 참여연대는 △한국군의 적정 병력 규모 △병력 구성과 병역 형태 △군 복무환경 개선 등 병역 제도 개편의 정책적 실현 방안을 묻는 질의서를 후보 캠프에 보내 받은 답변을 지난 16일 공개했다. 이 후보, 안 후보, 심 후보 모두 상비 병력 감축에 동의했다.

이밖에 시민단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의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2015 한일합의’ 평가 △역사부정, 피해자 모욕 방지를 위한 법안 개정 등) 질의서에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답변을 거부했다.

시민단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성소수자 정책(△차별금지법 제정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체성 법적 인정을 위한 제도 정비 등) 관련 질의에는 윤 후보, 안 후보가 침묵했다. 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연대가 노동·복지 분야 불평등 해소 방안 묻는 질의서에 윤 후보만 답하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

비판 목소리는 높다. 후보의 답변 거부는 유권자가 각 후보 정책과 공약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셈이기 때문이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12월27일 질의서를 보낸 뒤 한 달 넘게 답변을 독촉했다. 윤 후보 측은 ‘준비하고 있다’, ‘담당 부서 검토 중이다’면서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답을 주지 않았다”면서 “유권자 궁금증을 해소하고 후보 간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시민단체 질의에 임하는 태도는 후보가 어떤 대통령이 될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이나 시민사회에서 나오는 비판과 정책 제안에 귀 기울이지 않고,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권위적인 정부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당선 이후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싶지 않아 대답을 회피하는 것 아닌가”라며 “노동 분야 정책 질의에 일부 후보가 답하지 않은 것은 노동 의제에 대한 관심이 19대 대선 보다 부족하는 것을 보여준다. 공약 논의가 네거티브 공방에 밀려 실종됐다는 방증이라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 캠프 입장은 어떨까. 안 후보 캠프는 “답변하지 못한 것에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다른 후보 캠프와 비교해 소규모로 대선을 치르고 있다. 밀려드는 질의 내용은 많고 시간은 촉박해 일일이 답변하지 못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 캠프는 비정규직 정책 질의 무응답에 대해 “정확한 이유를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윤 후보 캠프는 확인해보겠다고 했지만 답을 주지 않았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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