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 “‘꽃달’ 덕에 더 발전하고 싶어졌죠” [쿠키인터뷰]

혜리 “‘꽃달’ 덕에 더 발전하고 싶어졌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2-23 07:00:07
배우 혜리. 크리에이티브그룹아이엔지

tvN ‘응답하라 1988’에서 연기한 성덕선은 배우 혜리에게 뗄 수 없는 꼬리표다. 7년이 지나도 덕선이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그때마다 혜리는 말한다. “잊지 않아 주시니 영광이죠. 덕선이도 잘 해냈으니 다른 것도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당찬 대답이다. 그가 최근 출연한 KBS2 ‘꽃 피면 달 생각하고’ 주인공 강로서는 혜리의 이런 성격이 십분 발휘된 캐릭터다. 강로서는 시대에 맞서 주체적으로 제 삶을 꾸려가는 인물이다. 성덕선이란 벽을 넘어 힘차게 나아가려는 혜리와 닮았다. 

‘꽃 피면 달 생각하고’ 종영을 이틀 앞둔 21일 화상을 통해 혜리와 만났다. 그는 영화 ‘물괴’(감독 허종호) 이후 약 4년 만에 경험한 사극에 만족해했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이번 드라마에선 캐릭터와 장르에 집중했다.

“사극에 대한 부담이 크진 않았어요. 강로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더 면밀히 살피려 했죠. 로서는 금기에 저항하는, 남다른 가치관을 가진 친구예요. 그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고민했어요. 크리처물인 ‘물괴’와는 장르부터가 다른 만큼 로맨스에 더 몰입하려 했고요. ‘꽃 피면 달 생각하고’는 그 유명한 KBS 사극이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영광이었어요.”

KBS2 ‘꽃 피면 달 생각하고’ 스틸컷. 꽃피면달생각하고문화산업전문회사, 몬스터유니온, 피플스토리컴퍼니

혜리는 자연스러운 모습에 주력했다. 사극에 맞게 화려한 치장보다 본연의 모습을 살리려 했다. “메이크업도, 네일도 포기했다”며 털털하게 웃던 그는 “로서가 남장부터 기생, 양반 등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는 만큼 헤어 스타일과 태도에 차별을 두려 했다”고 강조했다. 강로서는 가세가 기운 집을 위해 밀주꾼 일까지 발을 넓히는 적극적인 인물이다. 혜리는 강로서가 가진 담대함을 높이 샀다.

“저는 시청자에게 궁금증을 주는 캐릭터를 좋아해요. 로서 역시 자기 앞에 드리워진 장애물을 깨부순다는 점에서는 꽤 상징적인 인물이에요. 생각한 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친구잖아요. 올바르다고 생각한 건 밀어붙이면서도 다른 사람의 생각에 귀 기울일 줄도 알고요. 솔직하고 현명하면서도 강한 사람이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분들도 로서의 대담함을 이질적으로 느끼지 않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 표현 범위를 조절해갔어요.”

캐릭터 구현에 확신을 준 건 상대 배우 유승호다. 방영 전 제작발표회에서 ‘사극 하면 유승호’라며 추켜세웠다. 실제로 그의 덕을 톡톡히 봤다. “‘역시 유승호’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을 잇던 혜리는 “고민이나 걱정이 생길 때마다 ‘제일 편한 쪽을 택하라’고 해줬다. 강점과 우려점도 함께 얘기해준 덕분에 안정감을 갖고 연기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반대로 걸그룹 출신인 후배 가수 미나에겐 든든한 선배로서 응원을 보냈다. 그룹 활동을 함께 해온 걸스데이 멤버들에겐 격려와 용기를 얻었다. 인터뷰 중 ‘걸스데이가 없다면 본인도 없다’던 멤버 민아의 말을 전해 들은 혜리는 “나는 그 정도는 아니”라며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KBS2 ‘꽃 피면 달 생각하고’ 스틸컷. 꽃피면달생각하고문화산업전문회사, 몬스터유니온, 피플스토리컴퍼니

“언니가 정말 그런 말을 했나요? 하하, 저는 멤버들 모두가 어떤 일이 생겨도 함께일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고민이나 조언을 구하고 싶을 때도 꼭 언니들과 함께하거든요. 망설임 없이 솔직한 의견을 말해주는 사이여서요. 스스럼없는 가족 같다고 할까요? ‘꽃 피면 달 생각하고’는 언니들이 좋은 말만 해줘서 다행이었어요. 로서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려면 더 발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올해로 서른을 맞은 혜리는 차분히 변화를 준비 중이다. 아이돌 활동 때부터 10년 동안 써오던 일기를 이제 더는 쓰지 않는다. 얽매던 것으로부터의 일탈. 혜리는 스스로 정한 금기를 깨고 어느 때보다도 큰 자유를 느꼈다. “안 하고 싶어도 안 하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어요.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저를 사로잡고 있던 걸 하나씩 깨고 싶어요.” 혜리에게 30대는, 더 부지런해지고 싶은 시간이다. 

“20대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어요. 그동안은 당차고 밝아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제 성격이 정말 그런지는 몰라도, 보이는 이미지처럼 살고 싶어요. 30대는 건강하고 부지런하면서도 현명하게 보내는 게 목표예요. 배우로서는 앞으로도 공감 가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낼 거예요. 저, 덕선이도 잘 해냈잖아요. 다른 것도 더 잘 해낼 수 있어요. 로서처럼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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