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한 경기 화성시 진안지구 내 반월동 주민들의 '제척(除斥)'을 촉구하는 집단행동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지만 정작 화성시는 "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게 없다"며 사실상 이들의 움직임을 지켜볼 뿐 소극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150명 가량의 반월동 지역 토지주 및 기업인들은 22일 화성시청 앞에서 '신도시 편입'를 규탄하는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반월동 편입 즉각 철회하라, 반도체 클러스터 다 죽는다 반월동 수용 즉각 철회하라, 구도시 다 죽이고 신도시만 사랑하는 서철모는 즉각 사퇴하라, 입으로만 제조업 상생하는 서철모는 대오각성하라, 소·부·장 말살하는 반월동 편입 즉각 철회하라, 2만5천개 일자리 없애는 반월동 수용 즉각 철회하라"등 구호를 외치며 정부와 서철모 시장을 질타했다.
이 지역은 48만평 규모의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사업장이 있고, 400개 정도의 삼성전자 직·간접 협력사들이 집중돼 있다. 반도체 소·부·장의 한 축을 지탱하는 지역이다.
이들 기업은 반도체 산업 특성상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지근 거리에 위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또 지난 30여 년간 직·간접 고용창출 및 지방세수 확충에도 일조를 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정부의 일방적 3기 신도시 지정으로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을 잃게 돼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면서 '제척'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정부의 신도시 발표 직후 이들은 지난해 10월 반월동 편입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결성했다. 그후 비대위는 11월 세종시의 국토교통부를 항의 방문해 '신도시 편입 반대'라는 강력한 의지를 전달하며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또 12월에는 기업 대표 50여 명이 화성시청 정문 앞에서 '반월동 제척'을 촉구하며 정부의 신도시 정책을 규탄했으며, 올해들어 최근까지 10여 차례 시장실 앞에서 묵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3월 2일에는 서철모 시장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정순남 비대위 사무국장은 "이 지역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성장한 것이 아니다. 왜 기업들을 말살시켜가며 이 지역을 편입시키려는지 모르겠다"면서 "신도시만 건설하면 도시가 무조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반월동만이라도 제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신도시 발표 이후 이미 인근 지역 땅값이 많이 올라, 만약 기업들이 보상받고 옮기려 해도 갈 만한 곳을 찾기도 힘든데 더욱이 이들 지역은 몇 년 후 기업들이 옮길 것이라 예상해 땅값을 계속 올리는 추세라 기업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화성시 신도시조성과 관계자는 "이들이 제척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LH가 사업시행자이고 국토부가 승인권자로 화성시가 적극 개입할 여지는 없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또 서철모 시장은 이들 요구에 대해 "3기 신도시 사업은 국가 사업으로 화성시와 국토부가 이미 협의한 것으로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시는 적극적으로 국가에 협력한다는 생각"이라면서 "시는 제척엔 찬성하지 않는다. 제척되면 난개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국토부가 이들과 이야기해서 제척을 하겠다고 하면 그에 대해선 시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제척 요구는 국토부에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화성=박진영 기자 bigm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