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통합’ 마지막 퍼즐 ‘외국인’이 말하는 통합의 현실[전지적 외국인 시점]

‘국민대통합’ 마지막 퍼즐 ‘외국인’이 말하는 통합의 현실[전지적 외국인 시점]

외국인들 사이 “이재명 지지율 높아”…“李에 차별 없는 세상 기대”
“개선 필요한 부문”, “외국인들 건보료 더 납부한다” 고발
입모아 “상호 존중과 동등한 대우” 요구

기사승인 2022-03-02 10:09:10
▲성남시 수정구 태평역 부근 다문화거리. 골목에 이르러 어느 순간에는 한글보다 한자와 중국어로 가득한 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오정우 인턴기자

'통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식 선거 운동 이래 유세 현장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통합'을 자주 언급했다. 항간에는 "단일화를 위한 포석"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 후보는 "분열과 증오로부터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국민대통합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연일 천명하고 있다.

그가 말한 '국민'은 분명 '헌법상 국민'으로 정의될 것이다. 이 후보는 논리와 법을 중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의 원칙을 적시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2조는 '국민의 요건을 법률로써 정한다'고 명시했으며 하위 국적법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중인 외국인은 △부모의 혈통 △체류 기간 △귀화 인·허가 등을 거쳐 비로소 '형식상 국민'으로 포용될 수 있다. 

이렇게 '국민'의 자격을 얻었다고 해도 외국인들은 여전히 '진정한 의미의 국민'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의식적·제도적 허들(Hurdle)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예맨 난민 수용 사태'에서 확인되었듯이 여론은 아직까지 타자에 대해 적색신호를 보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인을 향한 '반중 감정'이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르고 있다. '사드 배치'와 같은 국가적 정쟁에 이어 대외적으로는 '동북·문화 공정'이 연신 배덕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요우커(중국인 관광객)의 만행이 거리에 울려퍼졌고, 캠퍼스 내에서는 "팀플(조별 활동)에 해가 되는 행동만 한다"는 증언이 뒤따르며 혐오를 증폭시켰다. 이 후보 또한 지난 8일 "중국 불법 어선은 격침해야 한다"고 강경 발언을 하는 등 중국과는 냉담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 후보는 줄곧 통합을 외치고 있으나 '외국인'의 퍼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하나가 아닌' 외국인과 다문화가족을 진정한 국민으로서 하나되어 통합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본지는 이 후보의 안방인 경기도에 위치한 다문화거리를 취재하며 그들이 바라보는 '통합'에 대한 시선을 담아냈다.


성남이 전하는 통합으로의 길

▲경기도 성남시 수진동 다문화거리에 가득한 중국어 간판. 깊숙이 들어갈수록 한글보다 한자와 간체자를 일별할 수 있었다.   사진=오정우 인턴기자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이들에게 '정책'이란 단어는 없었다. 중국어로 가득한 가게들에서도, 우리나라 점주들도 대부분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다문화정책'에 대해 묻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설명을 부연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삶은 정책과, 지원센터와 무관한 세상 속 일상이었다. 

이 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 성남시(이하 성남)에는 약 3만명의 외국인·다문화가족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태평역 인근 '다문화거리'에는 '중국인동포타운'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중국인들과 한국계중국인들이 모여 있다. 거리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강한 마라향이 먼저 피부 전신을 감돌았다. 국수에서 마라탕으로, 양꼬치로, 보신탕 가게로 나아가자 한글보다 한자와 중국어가 주위를 에워쌌다. 초입에서 인터뷰를 요청할 때는 한국어를 곧잘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깊숙이, '중국인동포타운'으로 다가갈수록 뜻모를 중국어로 거절의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빈번했다.

어렵사리 환전소에서 근무하는 중국 길린 출신의 A씨(40·여)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는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안다고 하면서도 '외국인 지원 및 다문화정책(이하 다문화정책)'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대신 코로나19로 인한 지원금 등을 물어보자 "경기도 및 성남시에서 주는 지원금은 받았다"고 답하면서도 "외국인이라고 돈을 더 주거나 따로 지원받은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외국인·다문화가족에 대한 제도 중 '건강보험'에 대한 쓴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건강보험료가 다른 것은 아느냐"고 되물으며 "세금은 세금대로 다 내고, 보험료는 내국인보다 더 납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은 2019년 7월 전까지 국내에 3개월만 머물러도 본인의 선택에 따라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임의 가입'할 수 있었다. 그에 따라 치료를 받은 후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거나, 필요한 때에 한해 선택적으로 가입하는 행위가 남발하는 등 곳곳에서 부작용이 감지됐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2019년 7월 16일부로 국내에 6개월 이상 체류 시 건강보험 '의무 가입'을 채택하였다. 동시에 외국인들은 전체 가입자의 평균보험료(약 10만원) 이상을 납부해야 되었다. A씨는 이러한 배경을 두고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동등한 대우와 똑같은 지원을 바란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통합으로의 길에 대해 묻자 그는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한복 논란'에 대한 생각을 덧붙이며 "상호 역사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그는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것도 있는데 자기 나라, 남의 나라 구별하는 현상이 어이가 없었다"고 답했다. 특히 언론계를 특정하며 한층 더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쏟아내었다. 그는 "기자들이 개인적인 감정을 담은 것 같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어 "일반 사람들은 뭘 모르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한다"면서도 "기자라는 직업은 그래서는 안 된다. 기자는 뭘 알고 써야 한다"며 반성을 요구했다. 그는 중국인들과 한국계중국인들은 오래전부터 한복 문화를 유지해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언론인들과 학자들이 한복 문화의 기원을 고찰한 결과 "한복 문화를 한국의 것으로 특정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안산 외국인·다문화가족이 외치는 '통합'

▲경기도 안산시 다문화거리의 한 점포. '중국인 구역'에 들어서자 숨결 깊숙이 중국의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진=오정우 인턴기자

경기도 안산에는 약 9만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안산역 부근에는 '다문화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중국인 뿐만 아니라 베트남·인도·터키·러시아어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마라향이 코를 찌르던 성남의 거리와는 달리 쌀국수와 양꼬치, 커리 등의 입자가 마스크로 착향되었다. 거리의 외국인들은 대부분 유창하게 한국어로 기자를 맞이했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다문화정책에 대해 아무런 답도 얻을 수 없었던 것처럼, 이 전 경기도지사의 다문화정책에 대해서는 배다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대부분 코로나19로 인한 지원금을 제외하면 해당 정책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 중론이었다.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재임 당시 지자체 주도의 맞춤형 다문화정책을 표방하며 △취업 △모국 방문 △언어 교육 등을 주민센터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부분을 부연했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잘 모르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심지어 한 외국인은 "그런 부분은 (옆에 있는) 외국인주민지원본부에 가서 물어보라"며 잔뜩 찡그린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쓰레기를 먹고 있는 고양이. 안산 다문화거리 골목마다 쓰레기더미가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사진=오정우 인턴기자

취재원들에게 "실질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문은 무언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각양각색의 답변이 돌아왔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액세서리 판매원 김아나스타샤(30·여)씨는 쓰레기 문제를 꼽았다. 그는 "쓰레기를 너무 아무렇게나 많이 버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서류를 접수하는 절차를 꼽는 이들도 있었다. 러시아 출신의 주 크리스티나(21·여)씨는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에 제대로 된 절차나 정보가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어떻게 준비해서 가더라도 대뜸 외국인이냐는 질문을 받게된다. 외국인이면 서류 작성 방법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해당 서류를 준비해서 와야 한다"고 연이어 쏘아붙였다. 그는 "그저 나온 대로 했을 뿐인데 되돌아오는 건 다시 준비하라는 형식적인 답변 뿐"이라며 절차적 문제를 꼬집었다.

음식점에서 일하는 한국계중국인 김미자(55·여)씨는 서류를 접수하며 차별적인 언사에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 김씨는 "귀화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관공서에 가면 눈치를 보게 된다"고 말하며 "파출소에 가면 (직원들이) 반말로 대응한다. 한국인 가족이 이의를 제기하면 그제서야 말투를 고친다"는 일례를 들었다.

앞서 성남의 A씨와 같이 김씨 역시도 건보료의 부조리성을 고발했다. 그는 "7,80대 노인들은 매달 138,000원씩 건보료를 내고 있다"며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분들이라 더 힘들어한다"고 지적했다. 여행사에 근무하는 중국인 B씨(30·여)도 "중국에 비해 건강보험료가 훨씬 비싸다"고 말하며 "아프지 않아서 가지 않을 때도 있지만 병원을 잘 가지 않게 된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취재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건강보험을 둘러싼 적의감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김미자씨는 통합으로의 길에서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었다. 동시에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씨는 "이 전 경기도지사는 거의 처음으로 외국인들을 차별 없이 대해줬다. 그래서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이재명과 민주당이 그나마 외국인들을 잘 챙겨줬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끝으로 그는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차별 없는 세상, 동등하게 대우 받을 수 있는 세상을 열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달했다.

오정우 인턴기자 loribv0413@kukinews.com
오정우 기자
loribv041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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