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넘는 박달재란 노래 있쥬. 그 천등산 박달재 밑이 제 처가여유. 충청의 사위 이재명, 이 서방이 뭔 보따리 들고 왔는지 한 번 볼텨? 어때유 여러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충청을 찾아 중원 공략에 나섰다. 그는 배우자 김혜경씨가 충북 충주 출신이라며 ‘충청의 사위’임을 강조했다. 또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며 지역 주민과의 심리적 거리도 좁혔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곳인 만큼 민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이 후보는 첫 유세 현장인 충남 당진어시장에서부터 자신을 ‘충청의 사위’라고 소개했다. 윤 후보가 충남 공주 출신 부친을 내세우며 ‘충청의 아들’을 자처하는 것에 대한 맞대응인 셈이다.
실제로 이날 그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한 비판에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사드 추가 배치, 선제타격 발언 등 윤 후보의 ‘대북관’을 문제 삼으며 자신은 ‘민생’에 더 관심이 많다고 피력했다.
이 후보는 “충청의 사위, 이 서방은 사드 이런 것 안 들고 다닌다. 이 서방은 정말 처가에 도움이 되는 보일러·냉장고, 경제 살리기나 균형발전 등을 들고 다닌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이 충청권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거론하며 지역 민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사드 배치한다고 ‘충청에 갖다놔불겨’ 이런다든지, 가만히 있는데 선제 타격한다고 겁을 준다든지 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며 “사드 배치한다고 충청이니 강원이니 경기니 하니 충북에 투자하는 기업의 주가가 내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충남 천안시 신세계백화점 앞 현장유세에서는 “주한미군사령관도 성주 사드면 충분하다, 수도권 방어에 사드는 도움이 안 된다고 했는데 팔지도 않겠다는 사드를 굳이 1조5000억원이나 주고 사겠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군사적 긴장이 높아져서 안보 불안을 느끼면 보수에 표가 오더라는 생각 때문 아니겠나. 안보를 경제 훼손해 가면서 악용하면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의 공약 때문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돼 경제가 휘청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니까 우리 주식값이 떨어졌다. 세계 경제가 경색되지 않았는가”라며 “중국에 불필요한 사드 배치한다고 자극하면 대한민국 경제가 좋아지겠나 나빠지겠나”라고 질타했다.
이 후보는 세종시 나성동 먹자골목 유세에서 역시 “충청의 사위 이 서방은 처갓집에 선물 가져오지, 사드 같은 건 안 가져온다”며 “동네 경제 망치고 다른 나라하고 사이 나빠지고 필요하지도 않은 것, 우리나라 국방과 방산을 망치는 것을 왜 가져오나”라고 되물었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맹공했다. 그는 “실력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책 보고 외우고 과외선생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특히 복잡한 국정이 그렇게 간단한 거겠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경제를 알아야, 최소한의 상식은 있어야 그에 부합하는 전문가도 쓰고 충신인지 간신인지도 알고 비전문가인지 가짜인지 진짜인지도 구별할 거 아닌가. 본인이 무능하면서 유능한 사람 골라 쓰면 경제 발전한다는데 가능한 이야기인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윤 후보가 지지율이 우세한 상황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유권자들이 윤 후보의 능력을 보고 지지를 보내는 것이 아닌 ‘정권교체론’ 때문이라는 취지다.
이 후보는 충북 청주시 롯데마트 앞 유세에서 “황당무계하게도 당이 두 개밖에 없어 저쪽 당이 못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이 당을 찍어야 한다. 차악을 선택한다고 한다”며 “현 집권 세력을 비난하고 원망하면 나에게 기회가 오는 이런 정치는 뜯어고쳐야 한다. 오죽하면 촛불로 응징당한 세력이 다시 기회를 잡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국민의힘은) 맨날 바꾸자는데 더 나쁘게 바꾸면 뭐하나. 더 나쁜 정권교체를 넘어 더 나은 정치교체를 향해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합정부론도 내세웠다. 이 후보는 “충청은 통합의 도시”라며 “자꾸 편 가르고 동서남북 편을 가르고 남성 청년과 여성 청년이 싸우게 하면 되겠나. 통합과 평화의 길로 가야 한다. 다투고 싸우고 분열시키는 것을 정치가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쓰는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재명은 좋은 인재라면 편을 가르지 않고 다 쓰겠다. 좋은 정책이면 김대중, 박정희 정책을 왜 가르나”라며 “모든 정치 세력이 협력할 수 있다면 한 부분씩 맡아 서로 잘하기 경쟁을 하고 국민에게 평가 받는 대통합 정부를 꼭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당진‧천안‧세종‧청주=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