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짓는데 발견된 문화재…“발굴 비용도 내라고?” [알경]

내 집 짓는데 발견된 문화재…“발굴 비용도 내라고?” [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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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2-02-26 06:00:24
쿠키뉴스DB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최근 삼국시대 유물이 발견돼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은 공사가 중지됐다는 점에 쏠렸죠. 이에 내 집을 짓는 곳이나 내 땅에서 유물이 발견됐을 때 공사를 중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또 발굴된 유물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발굴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먼저 잠실진주아파트처럼 공사현장에서 유물이 발견되면 공사를 중지해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 제정된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매장문화재 보호법)’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매장문화재 보호법 제17조를 보면 매장문화재를 발견한 때에는 그 발견자나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의 소유자ㆍ점유자 또는 관리자가 그 현상을 변경하지 말고 발견된 사실을 문화재청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7일 이내에 발견 사실을 관할 지자체나 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 

또한 같은 법 제5조 2항에서는 ‘개발사업 시행자는 공사 중 매장문화재를 발견한 때에는 즉시 해당 공사를 중지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공사를 진행하던 중 문화재 발견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3만 제곱미터 이상의 공사현장은 공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문화재 매장 여부를 조사(지표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만 제곱미터 미만의 경우에도 과거에 매장문화재가 출토되었거나 발견된 지역 등 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사 이전에 지표조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통상 지표조사에는 2~4주 정도 기간이 소요됩니다. 만약 문화재의 중요성이 인정돼 발굴조사가 진행되면 그 때는 상당 기간 공사지연이 불가피하죠. 예외적으로 과거 굴착 등으로 유물이 있을 지층이 이미 크게 훼손됐거나. 매립지 또는 상당한 복토 등으로 유적이 묻혀있는 지층이 훼손될 가능성이 적다고 여겨지는 지역은 조사를 거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문화재청의 검토를 거쳐야 합니다.

문화재 발굴 현장.   문화재청

지표조사와 발굴 비용은 누가 부담하나


문화재 보호를 위한 지표조사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요. 그동안 3만 제곱미터 이상의 대형 공사현장은 시행자가 지표조사 비용을 모두 부담했습니다. 3만 제곱미터 미만의 공사 현장만 정부가 지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문화재가 발견되면 공사 지연으로 공사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조사비용까지 부담시키는 제도를 두고 불만이 상당했습니다. 이에 2020년 3월 17일부터 모든 민간 건설공사 지표조사에 대한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발굴비용은 지표조사 비용과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매장문화재 보호법 제11조제 3항에서는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비용의 ‘원인자 부담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같은 법 시행령 제10조 등에서는 소규모 발굴조사에 소요되는 경비를 국가가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죠. 따라서 현재는 건축물의 대지 면적이 792제곱미터 이하인 건설공사만 발굴비용이 지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국가의 발굴비용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20대 대선 후보들 공약 가운데 포함된 내용이기도 합니다. 

대량의 문화재가 발견돼 아파트 공사가 중단된 바 있는 풍납리토성 모습.   문화재청 

내 돈 내고 발굴한 문화재, 누구 소유?


개인 땅에서 개인이 발굴비용을 부담해 발굴한 문화재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현행법상 발굴한 문화재는 소유권 여부를 심사한 후 소유권이 결정됩니다. 문화재가 발견되면 정부는 먼저 발견 사실을 공고하고 90일간 소유권 주장을 받습니다. 90일간 소유권 주장이 없다면 국가에 귀속되죠. 과거에 조상이 정당한 방식으로 구입했거나 집안 대대로 보관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소유권이 정부로 돌아갑니다. 

예컨대 잠실진주아파트의 경우 삼국시대 유물이 발굴됐습니다. 수백 년 전 유물의 현재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개인에게 불가능하죠. 따라서 매장 유물의 경우 대부분 국가에 귀속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는 문화재를 귀속하는 대신 발견자․습득자․소유자 등에게 보상금을 최대 1억까지 지급합니다. 공사 지연이나 발굴비용과 비교하면 큰 금액은 아닙니다.

공사현장에서 문화재가 발견되면 시행자 입장에서 좋아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 지원은 지표조사에 한정되고 발굴조사라도 진행되면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보상금이 크거나 문화재의 소유권을 인정해 주지도 않죠. 그래서 현장에서는 발견 물을 못 본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벌의 위험성이 있으나 처벌 수위가 몇백만원의 벌금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도 개선을 두고 다양한 방안이 거론됩니다. 3만 제곱미터 이하에서 실시되는 지표조사를 모든 개발 사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방안과 지표조사와 같이 발굴조사 비용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방안 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울러 공사 지연에 따라 피해가 불가피한 개발 사업에 용적률 등의 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문화재 보호와 개발의 가치를 두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들입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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