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은 실수를 탓하지 않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기에 한 번 더 기회를 주곤 하죠. 실수보다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더 중요하잖다는 걸 우리 모두 알죠. 하지만 만회하려는 노력이나 진심어린 반성 없이 실수만 계속 반복한다면 어떨까요. 그때부터 실수는 더 이상 실수가 아니게 됩니다.
여기 한 방송사가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타국을 상대로 한 비하 발언만 여럿입니다. 사과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새로운 논란에 휩싸입니다. 문제가 되니 또 해명은 합니다. 그러나 반년 뒤에는 타국 대통령을 비하하며 빈축을 샀습니다. 지상파 3사 중 하나인 MBC 이야기입니다.
이번엔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습니다. 전시 상태인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를 폄훼했거든요. 논란은 지난 26일 MBC가 공식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에 올린 ‘우크라이나 대통령… 위기의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시작됐습니다. MBC는 영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두고 “정치 경험이 없는 코미디언에서 대통령이 된 드라마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아마추어 같은 그의 정치 행보가 비판받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곧바로 반발이 나왔습니다.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 등에 출연했던 우크라이나 출신 모델 겸 방송인 올레나 시도르추크가 영상이 올라온 당일 SNS를 통해 공개 비판에 나섰습니다. 올레나는 “원하는 그림만 보여주고 일부 팩트만 이야기 하며 ‘우크라이나처럼 되지 않게 선거를 잘하자’는 메시지를 푸시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이게 언론사가 할 짓인가”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2022년 언론이 1980년대 독재정권 뉴스에서 나올 법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개인 유튜브도 아닌 언론 매체인데, 언론인답게 중립적으로 뉴스를 보도하라”고 지적했습니다. 비난이 가중되자 MBC는 이날 유튜브에서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홈페이지에서도 삭제했습니다.
MBC는 무엇이 잘못인지 눈치 채지 못한 듯합니다. 이번 논란에 MBC는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다룬 뉴욕타임스 등 외신 보도를 인용해 제작했다. 관련 내용은 국내 언론들에서도 이미 다뤄졌던 내용으로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은 없다.” 틀리지 않았다 해서 맞는 건 아닙니다. 팩트의 사실관계보다 사실관계를 포장하는 부적절한 프레임이 사안의 핵심입니다. 현재진행형인 비극을 단순 콘텐츠로 소비하는 건 옳은 태도가 아닙니다. 반성 없이 자극과 재미만을 쫓는 안일함 역시 틀렸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편집자 개인의 실수일까요. 실수라기엔 이미 전적이 화려합니다. MBC는 지난해 7월 2020 도쿄 올림픽을 중계하며 여러 논란을 양산했습니다. 개회식 중계에서는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때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사진을 넣고 엘살바도르를 소개할 땐 비트코인을, 아이티 차례에는 대통령 암살을 언급하는 등 일부 참가국에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는 외신에도 보도돼 국제적으로 비난받았습니다. 한국과 루마니아의 축구 경기 당시에는 자책골을 넣은 상대팀 선수 실명을 언급하며 조롱 섞인 자막을 사용했습니다. 루마니아 축구협회가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할 정도였죠. 박성제 MBC 사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며 고개 숙였지만, 이후에도 문제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주장 김연경과의 인터뷰 영상에 없던 질문을 넣어 날조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받은 일도 있었습니다. 박성제 사장이 사과한 지 엿새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언론사에 필요한 감수성과 공감 능력을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MBC 노조는 사측의 입장을 두고 “우크라이나의 항쟁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감했다면 우크라이나인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영상을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이제라도 의식을 바꿔야 합니다. 해명이나 책임 전가 대신 무엇을 해야 개선될지 고민해야 합니다. 실수가 반복되면, 그건 고의니까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