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대선 후보 배우자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던 선거가 있었나요? 배우자라는 존재가 후보에게 꼭 플러스는 아니어도, 마이너스가 되는 존재는 아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 첫 대선 투표를 앞둔 20대 유권자 이모씨(21‧남)는 한숨 섞인 우려를 전했다.
역대급 박빙 대선이 예고된다. 지지율 격차가 적은 만큼 각 후보 간의 네거티브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후보 개인의 결점과 동시에 배우자와 관련된 의혹 또한 승부를 판가름할 이슈로 떠올랐다.
4당 대선 후보 중,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리스크가 연일 논란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 2017년 배우자 김미경 씨의 서울대 특채 의혹과 보좌관 갑질 논란이 있었지만,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함께 비교적 배우자 리스크가 적은 편이다.
한편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는 과잉 의전 및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며 논란을 빚었다.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 역시 허위 이력 기재와 주가 조작 의혹으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김혜경 씨와 김건희 씨 모두 공식 사과에 나섰지만, 배우자 리스크는 여전히 각 후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 2월 5~6일 뉴스1이 여론조사 전문회사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만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후보 배우자 관련 의혹들이 최종적인 선거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3.6%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것이라 답했다.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43.3%였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 유권자는 46.3%가 영향을 줄 것이라 답했지만 절반 이상인 50.9%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60대 이상 유권자의 58.1%가 영향을 줄 것이라 답한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낮은 수치이다. 20대 유권자는 타 연령층보다 배우자 리스크가 후보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더 높다.
쿠키뉴스가 만난 20대 유권자들 역시 지지하는 후보가 있으면 배우자 리스크가 후보 선택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 말했다. 다만 중도층의 경우 어느 정도 선택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20대 시민 정모씨(28‧남)는 “어차피 지지하는 후보의 결점은 긍정적으로 가려서 판단하는 것 같다”며 “확실히 지지하는 후보가 있는 이상 배우자 문제가 크게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중도층에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쿠키뉴스 취재에 응한 20대 유권자 박모씨(24‧남) 역시 “원래 지지하던 후보가 있으면 마음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라 말하면서도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게 배우자 문제까지 발생한다면 더 외면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게 결국 후보 선택에도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배우자 리스크가 후보 선택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판단을 방해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스스로를 중도층 유권자라 밝힌 20대 시민 윤모씨(26‧여)는 이번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며 “후보의 배우자가 어떤 물의를 일으켰든, 그 후보 자체에 대한 비호감 정도보단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20대 유권자 김모씨(25‧여)는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 배우자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며 “너무 많은 논란이 겹치고 겹쳐 오히려 후보 선택에 필요한 진짜 정보가 가려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할당 후 휴대전화 가상번호에서 표본을 무작위 추출한 뒤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무선 100%)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은 20.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지원 인턴기자 sean22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