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선 말말말’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쏟아진 정치권의 ‘말’을 풀어보는 코너입니다.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나온 말들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사전투표 전날인 3일 후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면서다.
안 대표를 향한 후폭풍은 거세게 불고 있다. 재외국민투표 전 후보 사퇴를 막자는 ‘안철수법’ 청원까지 등장했다. 여권은 과거 안 대표가 윤 후보를 향해 쏟아낸 발언들을 꺼내들어 맹비난에 나섰다.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
안 대표는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했다. 안 대표는 준비한 선언문을 읽어 내리며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선거 이후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고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의 합당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단일화 선언 당일 후보직 사퇴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곧바로 제출했다. 국민의당은 공지를 통해 “안 후보는 금일 오후 12시 30분 중앙선관위에 후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안 대표의 중도하차는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2011·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2년 대선에서도 안 대표는 완주를 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은 사전투표에서 안 대표 기표란에 ‘사퇴’ 표시가 적힌 투표용지를 받게 됐다. 선거 본 투표일인 9일에는 안 대표가 후보직을 사퇴했다는 안내문만 부착된다. 투표용지의 인쇄가 지난달 28일 끝났기 때문이다.
“재외투표자 진심을 무참히 짓밟아”
야권 단일화가 발표된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재외국민투표 종료 이후 후보 사퇴를 제한하는 ‘안철수법’ 제정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안 대표의 후보 사퇴에 따라 지난달 23~28일 투표를 마친 재외국민 중 안 대표를 선택한 표는 사표처리가 됐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실시된 재외투표는 재외유권자 22만6162명 중 16만1878명이 참여해 투표율 71.6%를 기록했다. 안 후보의 사퇴에 따라 재외국민 투표에서 안 후보에 투표한 경우는 사표처리가 된다.
청원인은 “지금 상황대로라면 안 후보에게 표를 던진 이들은 유권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사표처리가 된다”며 “재외투표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재외투표가 쉽지 않다. 대사관과 거리가 먼 곳에 사는 분들이라면 버스나 기차는 기본이고 몇백만원 들여 비행기까지 타고 투표장에 가는 분들이 많다. 유권자들의 진심을 두 후보는 무참히 짓밟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런 선례가 한번 만들어지고 나면 분명 다음선거, 다다음 선거, 다다다음 선거에도 이런 식으로 재외국민 선거 이후 급작스럽게 사퇴하는 경우가 왕왕 생길 것”이라며 “재외국민 투표자들의 진정한 투표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후보사퇴 기한을 재외국민 투표자 이전으로 제한하는 ‘안철수법’을 제정해달라”라고 요구했다.
“적폐교대” “1년 뒤 손가락 자르고 싶을 것‘… 尹 때린 安의 말말말
두 사람의 단일화에 안 대표의 과거 발언이 정치권에 회자되고 있다. 윤 후보의 경쟁자였던 안 대표는 그간 “윤석열의 정권교체는 적폐교대일 뿐”, “무능한 후보를 뽑아 당선되면 1년만 지나면 손가락 자르고 싶을 것” 등 날선 발언으로 윤 후보를 때렸다.
여권은 안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두 사람의 단일화를 평가절하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오죽하면 단일화가 아니라 전국민의 손가락을 자르게 하는 단지화(斷指化)라 한다”고 비꼬았다.
또 “안 대표도 완주 의사를 수차례 밝혔고 1주일 전에는 자격 없는 이를 대통령으로 뽑으면 1년 안에 손가락 자르고 싶을 거라고 윤 후보를 비판하다가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철수 쇼’를 했다”며 “두 사람의 구태야합은 정치교체 대상임이 명확해졌다”고 비판했다.
SNS 상에서도 비난이 줄을 이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안 대표의 ‘손가락 발언’ 영상을 공유한 뒤 “윤석열 뽑으면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것이라더니”라고 비판했고, 같은당 강병원 의원도 “단군 이래 최악의 거짓말쟁이, 윤석열 되면 손가락 자른다며??”라고 의문을 표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