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이틀 남긴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인물론’을 막판 승부수로 꺼내들었다. 그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무능함’을 질타하면서 자신의 국정운영 능력을 부각했다.
이 후보는 7일 제주시에서 출발해 북상하는 ‘경부선 상행 유세’를 펼쳤다. 그는 제주에서 도민들과 만난 뒤 비행기를 타고 상륙해 부산‧대구‧대전‧청주를 차례로 방문하며 막판 세몰이에 나섰다.
첫 일정인 제주 유세부터 행정 경험이 전무한 윤 후보 때리기에 주력했다. 이 후보는 “국정은 초보 아마추어들의 연습장이 아니다”라며 “이 복잡한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국정과제를 수행하는데 무능‧무책임하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청주 유세에서는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 후보는 “옛날에 농사 지을 당시 일꾼을 뽑을 때도 일을 잘 하나 안 하나, 순 막걸리나 먹고 나무그늘에서 잠만 자지 않나 보고 뽑지 않나. 콩밭도 못 메는 사람을 머슴으로 쓰겠나”라고 직격했다.
충청도 사투리를 쓰며 지역 주민들에게 무능한 후보는 안 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경제를 망치면서 한반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자기들 권력을 차지하고 미운 사람을 골라내 뒷조사하고 탈탈 털어서 없는 것도 만들어 정치보복하고 그러면 쓰겄습니까 여러분”이라며 “안되쥬. 절대 안되겄쥬”라고 비꼬았다.
부산 유세에서 역시 “역사책에서 보는 것처럼 최고 책임자가 무능‧무책임‧불성실하면 한순간에 나라가 망한다”며 “아무런 경험도, 검증된 실적도 없는 대통령에 나라 살림을 맡기면 안심이 되겠나”라고 맹비난했다.
윤 후보의 논란도 건드렸다. 당시 대검 중수부 과장이었던 윤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사실상 무마했다는 내용이 담긴 ‘김만배 녹취록’에 관한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기자들과 ‘유세 현장 백브리핑’을 진행했다.
이 후보는 부산 유세를 마친 뒤 현장 기자들에게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대장동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 등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선 ‘유능한 대통령’이 있어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이를 위해선 172석의 거대여당 지원도 필요조건임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대전 유세에서 “리더의 무능은 공동체를 망치는 죄악”이라며 “초보 아마추어가 아니라 검증된 실력 있는 프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172석 새롭게 변화한 민주당과 함께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가고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살리고 한반도를 평화적으로 안정화시키겠다”며 “공약 이행률 평균 95% 이상의 실적, 검증된 실력으로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 후보가 ‘정권교체론’에 대한 맞불로 ‘정치교체론’도 내놨다. 이 후보는 대전 유세에서 “정치 교체를 통해서 더 나쁜 정권교체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 교체를 통해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통합정부를 하려고 해도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비꼬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를 이루며 ‘통합정부’를 언급한 윤 후보를 향해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진영을 막론하고 좋은 인재와 정책이라면 쓰는 통합정부를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대구 유세에서 “정치권에 우리 편이 아니면 안 쓴다. 상대가 하면 무조건 방해하고, 좋은 정책도 상대가 먼저 하면 안 하는 묘한 습관이 있다”며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대구·경북 정책도 다 이어서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강원도 고성군에서 군수선거를 할 당시 동표가 나와 재검표를 한 사례를 들며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는 부산 유세에서 “마지막으로 부탁드린다. 선거가 초박빙이라고 한다. 우리 2표차, 3표차로 떨어지면 얼마나 억울하겠나”라며 “투표가 끝난 분들은 주변에 많이 알려 달라. 주변에 문자‧전화를 해서 확실하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