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분만병상 160개뿐… 임신부들 ‘각자도생’

확진자 분만병상 160개뿐… 임신부들 ‘각자도생’

기사승인 2022-03-09 07:00:06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임형택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규모가 커지면서 임신부 확진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확진 임신부의 분만을 위한 병상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성과는 부실한 실정이다.

앞서 1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발생한 임신부 확인자는 총 595명이다. 1월 한달 동안 527명의 임신부가 확진됐고, 지난달에는 약 2주간 68명이 확진됐다. 지난달 15일 이후로는 방역 당국이 확진자 조사서를 간소화하면서 임신부 확진자 현황 수집·관리가 중단됐다. 1월과 비교해 현재 일일 확진자 규모가 2배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신부 확진자 역시 1~2월보다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임신부 확진자 발생에 대응할 체계는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확진 임신부가 분만할 수 있는 병상은 7일 기준 전국에 160개에 불과하다. 수도권·강원에서 9기관 57개 병상, 충청원에서 6개 기관 7개 병상, 호남권·제주 11개 기관 10개 병상, 영남권 6개 기관 86개 병상 등이다. 보건당국은 전국의 확진 임신부 분만 병상 수를 252개까지 확충한다는 목표다.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확진 임신부 분만 병상이 실제로 가동되려면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각각을 위한 분만실, 신생아 격리실, 분만전문의와 분만간호사 등 전문 의료진 확보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보건당국은 이달 4일까지 222병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실현하지 못했다.

병상 수의 절대적인 부족과 별개로, 지역별 격차도 큰 문제다. 보건당국은 강원의 경우 확진 임신부가 분만할 수 있는 병상과 기관 수를 공개하면, 해당 의료기관이 어디인지 특정돼 병원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강원과 서울·경기도·인천 등 수도권의 확보 병상 수를 합산해 공개했다. 확진 임신부가 분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은 임신부가 분만을 앞두고 타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보건당국은 기존에 진료하던 임신부가 확진될 시, 정부가 정식으로 지정한 코로나19 병상이 아니더라도 진료와 분만을 지속해줄 것을 분만병원협회에 요청하고 있다.

확진 임신부가 즉시 찾아갈 수 있는 병원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일반 환자들을 검사·진료하는 호흡기 전담 클리닉과 달리, 확진 임신부 분만을 위한 의료기관은 명단이 공개되지 않는다. 해당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비확진 임신부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확진된 임신부가 분만이 임박한 경우, 지자체 보건소가 분만이 가능한 병상을 안내하고 있다. 보건소는 해당 권역의 병상배정팀을 통해 분만 가능 병상과 이송 방식을 확인하고, 이를 다시 임신부에게 전달한다. 응급 분만의 119가 병상배정팀과 협조해 임신부를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응급이송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은 각자도생을 도모하는 실정이다. 인터넷상에서는 임신·출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진 임신부들이 진료와 분만이 가능한 병원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개설한 오픈 채팅방이 속속 등장했다. 일부 산모들은 ‘확진 후 다니던 병원에서 입원을 거절당했다’거나 ‘다른 지역의 낯선 병원에 가야 하고, 해산 후 조리원에 입소하지 못하게 돼 걱정된다’는 등의 고충을 토로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여러가지 시설 추가, 신생아 분리를 위한 체계 도입, 수술실 준비 과정, 인력 확보 문제 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이에 따른 의료 기관과 의료진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수가 체계도 선제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가와 관련해 보건당국은 9일 확진 산모가 분만하는 경우 의료기관에 관계없이 추가 가산 수가를 적용하되, 이에 대한 환자 본인부담은 면제하는 내용의 코로나19 분만 격리관리료 적용안을 공개했다. 해당 수가는 오는 4월까지 2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아울러 박 반장은 “확진 임신부의 분만은 현재 갖춰진 병상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고,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며 “산전진찰을 받은 산모들이 확진되면 기존 병원에서 진료와 분만을 지속하면 좋겠다는 당국 의견을 전달했고, 병원들도 이에 공감을 표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병원 이름 공개는 해당 병원에 다니는 산모들이 앞으로 병원에 방문하는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고 이해를 해주셔야 가능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확진된 산모들을 위한 병상을 다음 주까지 250여개로 늘리겠다”며 “원래 다니던 일반병원에서도 안전하게 분만하도록 건강보험 수가를 개선하고 정비하겠다”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약속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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