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열 “‘소년심판’의 질문에 귀 기울여주세요” [쿠키인터뷰]

김무열 “‘소년심판’의 질문에 귀 기울여주세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3-12 06:00:24
배우 김무열. 넷플릭스.

넷플릭스 ‘소년심판’에서 차태주는 소년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소년범을 혐오한다’는 동료 판사 심은석(김혜수)의 말에 상처도 받지만, 그럼에도 차태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간다. 답답하다는 혹평도 나왔다. 차태주를 연기한 배우 김무열의 생각은 다르다. “‘그 나이에 감히 범죄를 저질렀다’고는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이후라고 생각해요. 재발을 막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거죠.” ‘소년심판’을 통해 소년 범죄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 김무열이다.

“오히려 고민이 커졌어요.” 지난 8일 화상 인터뷰에서 김무열은 이 말을 줄곧 했다. 작품의 묵직한 메시지부터 캐릭터의 신념까지, 그는 여러 무게를 짊어졌다. 김무열은 극 중 개과천선해 법관이 된 차태주 역을 맡았다. 차태주는 소년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다녀오고, 검정고시를 거쳐 판사가 됐다. 소년범들이 달라질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인물이다. 김무열은 ‘차태주 이해하기’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차태주의 과거는 다른 판사들과 가장 대비되는 지점이에요. 언뜻 보면 차태주는 과거를 딛고 선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저는 차태주가 현재까지도 과거에 사로잡힌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소년범에게 감정적으로 접근해서 갱생과 교화에 앞장서잖아요. 과거의 자신을 소년범에게 투영했기 때문에 더욱 믿어주려 한 거죠. 차태주의 심리를 이해한 다음부터 소년법정 판사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넷플릭스 ‘소년판사’ 스틸컷. 넷플릭스.

‘소년심판’은 실제 사건을 각색해 에피소드로 차용했다. 이 과정에서 소년범죄에 대해 직관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합당한 처분인가, 그 처분으로 피해자의 억울함이 해소됐나, 피의자는 죄를 뉘우쳤나. 여러 질문을 놓고 판사들은 고뇌한다. 가정폭력 피해자였던 태주는 자신과 똑같은 처지에 놓인 소년범을 보며 마음 아파한다. “가정폭력을 당한 아이는 더 자라지 않아요. 그 시간 안에 갇혀있는 거라고요. 소년에게 기회를 주는 건 판사밖에 못 해요.” 차태주의 말은 소년범에게 통쾌한 처벌만을 기대하던 사회 분위기를 돌아보게 한다. 김무열이 가진 책임감 역시 무거워졌다.

“소년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아는 게 없었더라고요. 작품을 하기 전엔 소년법 폐지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담론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았죠. 이런 사건이 왜 일어나고 그 후 소년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거예요. 한쪽으로 치우친 시선 때문에 소년들이 더 소외되는 현실을 깨달았어요.”

소년범죄에 대한 새 관점을 깨우치며 걱정도 생겼다. 소년범은 피해자이자 가해자다. 김무열은 작품이 소년범죄의 배경을 이해하자는 취지와 별개로 범죄 미화로 비칠까 우려했다. 그는 “워낙 민감한 문제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했다”면서 “피해자, 피의자를 동시에 비치면서 이들의 감정을 잘 드러내려 했다”고 말했다. 우려와는 달리, ‘소년심판’은 균형을 잘 잡은 작품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말에 그는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메시지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 생각해요.” 그는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넷플릭스 ‘소년판사’ 스틸컷. 넷플릭스.

“‘차태주는 고구마고 심은석은 사이다’라는 반응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차태주가 하는 고민과 행동은 절대 무의미하지 않아요. 소년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하거든요. 저 역시 소년범죄에 분노하고, 법이 강화돼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었어요. 하지만 ‘소년심판’을 통해 소년범의 발생과 예방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죠. ‘이들이 사건을 저지를 때까지 우리는 무엇을 했나’,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벌의 무게가 이들에게 맞는 것인가.’ ‘소년심판’은 우리에게 여러 질문거리를 던지는 작품이에요.”

작품을 마치면 홀가분하기만 했던 이전과 달리, ‘소년심판’은 먹먹함과 찝찝함을 고스란히 남겼다. 소년범죄는 쉽사리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재판을 참관했어요. 법정에는 두 개의 문이 있거든요. 일반 소년 신분으로 들어왔다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다른 문으로 나가요. 그 순간 소년범이 되는 거죠. 판사가 한 아이의 삶을 좌우하는 결정을 내리는 거예요.” 김무열은 차태주를 연기하며 소년범죄를 더욱 신중히 바라보게 됐다. 김무열은 “악은 만들어지는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사회가 더 많은 그늘을 들여다보고 예방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년범 출신인 차태주가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던 건 강원중(이성민) 판사의 아주 작은 행동 덕분이었어요. ‘내가 너에게 공감하고 있다’는 표현이 어린 차태주를 바꿨죠. 앞길이 막막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태주에게 희미하지만 분명한, 등대 같은 빛이 생긴 거예요. 그 덕에 신념을 키워가며 판사로까지 성장할 수 있었죠. 저는 ‘소년심판’으로 큰 짐을 안았어요. 너무도 무거워서 외면하고 싶지만, 분명히 귀 기울여야 하는 문제를 알게 됐죠. 많은 분들이 이 같은 고민을 나누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뿌듯해요. 부디, 우리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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