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만리화, 영춘화, 히어리, 풍년화 차례로 피어
- 이번 주말이면 온갖 봄꽃 피어날 듯
남녘에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봄꽃들이 서서히 서울에도 상륙 중이다.
2년 넘게 일상을 잃어버린 지난겨울은 혹독했다. 눈이 내린 기억도 찬바람에 언 손을 녹인 기억도 별로 없이 평범한 겨울이 지나갔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사이는 얼음장 같이 차가웠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들의 거리와 함께 지역 간, 세대 간에 이어 남녀 간의 간극을 넓혔다. 48.56 : 47.83, 불과 0.73%가 당락을 결정했다. 서로와의 간격만큼 봄이 오는 소리가 더디 들린다.
사람의 마음이 차갑고 서로의 차이가 봉합되지 않았지만 그러나 자연의 시계는 어김없이 다시 봄이 불러오고 있다.
며칠 전 내린 봄비에 이어 포근한 날씨를 보인 16일 오후 서울역의 동서를 연결하는 공중정원 ‘서울로 7017’에는 봄꽃들이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남대문교회 앞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자 봄볕에 민감한 장수만리화가 노란 꽃들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봄을 맞아드린다는 이름의 영춘화(迎春花)도 노란 꽃을 피웠다.
서울로의 봄꽃은 예년에 비해 일주일에서 10일 이상 늦게 피고 있다. 화사한 매화와 홍매화는 16일 현재 완두콩만한 꽃망울이 언제든 터질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역 철길너머 만리동 쪽으로 내려오자 풍년화가 짙은 봄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풍년화와 이웃한 히어리가 여기저기서 노란 꽃을 달고 피어나는 중이다. 히어리는 한국 특산종으로 지리산 지역에서 자란다.
만개한 산수유나무 위에는 직박구리가 아직 빨갛게 달려 있는 산수유 열매를 먹기에 분주하고 노란 꽃 아래에는 연인들의 미소가 넘쳐난다.
춘곤증을 이기기 위해 잠시 짬을 내 서울로를 찾았다는 김지연(26)씨는 “어느 새 피어난 산수유, 풍년화, 히어리 등 봄꽃을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꽃사진을 찍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며 수줍게 웃는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산책 중인 최정환(47)씨는 “요 며칠 사이 서울로에 봄이 오고 있음을 실감한다.”면서 “지금은 노란색 위주로 꽃이 폈지만 이번 주말에는 순백의 매화와 붉은 홍매가 파란 하늘 아래 멋지게 어우러지면서 봄꽃들이 앞 다퉈 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민의 산책 명소인 서울로 7017은 645개의 원형화분에 총 228종의 24,085주의 다양한 수목을 식재한 아름다운 공중정원이다.
기찻길로 끊어진 동과 서를 서울로가 이어주듯 이 봄에는 우리들 마음 속 간극에 서울로의 꽃들이 전하는 봄 향기가 이어주길 희망한다.
사진‧글=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