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협상 중에도…러, “아이들 있다” 알린 대피소 폭격

휴전 협상 중에도…러, “아이들 있다” 알린 대피소 폭격

기사승인 2022-03-17 16:08:10
우크라이나 2대 도시 하르키우에서 지난달 27일 시민들이 벙커 역할을 하고 있는 지하철역에 대피한 모습. 독자 제공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조만간 휴전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국이 휴전 협상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러시아군은 민간지역에 대한 폭격을 계속,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협상단 대표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은 현지언론에 “며칠 안에 양국이 휴전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4차 협상을 진행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5개 항목으로 이뤄진 양국간 잠정 합의안에 우크라이나가 오스트리아, 스웨덴식 중립국을 선언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포기하면 러시아가 군을 철수하고 휴전한다는 조항 등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미국, 영국, 터키 등 동맹국으로부터 보호받는 대가로 외국의 군사기지나 무기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긍정적 입장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는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매체 RBC와의 인터뷰에서 “협상이 순조롭지는 않지만 타협에 이를 희망이 일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와 안전보장 조치가 현재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며 “합의에 근접한 구체적인 문구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하일로 보좌관은 명확히 규정된 안전 보장이 필요하며, 러시아가 제안한 중립국 모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세부사항 논의에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마리우폴 시내에 대피소로 쓰이던 극장을 지난 14일 촬영한 모습. 앞뒤로 ‘어린이’가 러시아어로 쓰여 있다. 16일 이뤄진 러시아군 폭격으로 수백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AP=연합뉴스 제공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러시아의 폭격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군은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마리우폴 한 극장에 폭격을 강행했다. 현재 입구가 잔해로 막혀 있어 정확한 사상자 수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위성 사진을 통해 확인한 결과 극장 앞뒤 지면 위에 러시아어로 ‘어린이’가 쓰여있었다고 보도했다.

마이우폴 시장의 고문인 페트로 안드리우셴코는 CNN에 “해당 쉼터는 도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쉼터”라며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SNS에 폭격으로 파괴된 극장의 사진을 올리고 “시 중심부에 있는 극장을 러시아군이 고의적으로 파괴했다”면서 “주거 지역에 대한 폭격이 계속되고 있다. 무고하고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을 향한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찾기 힘들다. 우리는 이 사건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폭격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SNS에 영상 메시지를 올려 “우크라이나 시민에 대한 무차별 공격으로 전쟁 시작 이후 지금까지 공식 집계된 어린이 사망자 수만 최소 103명”이라며 러시아를 ‘테러 국가’로 공식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나토를 향해 우크라이나 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이날 침공 개시 이후 15일 자정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사망 726명, 부상 1174명 등 총 1900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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